[기후위기發 산업 패러다임 전환] “지구온난화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베이커리카페 점주의 한숨

한 베이커리카페 쇼케이스에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초콜릿(카카오 가루)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 대표적인 식품이다. 박재림 기자

 

 “예전에는 지구온난화 같은 거 남의 일로만 치부했죠. 하지만 이젠 생계가 걸렸으니….”

 

 27일 경북 경주시에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점주 A씨의 말이다. 약 3년 전 자영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그때부터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몸으로 느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5월부터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는 더운 날씨, 초콜릿과 커피원두 같은 상품 원재료 가격의 급상승 등을 통해서다.

 

 쌀가루 디저트로 유명한 이 카페의 인기 상품은 마들렌과 쿠키다. A씨는 “쌀가루, 버터, 초콜릿, 달걀, 설탕이 주원료인데 초콜릿, 버터, 달걀 가격이 최근 크게 올랐다”며 “초콜릿의 경우 2.5㎏ 제품이 7만~8만원에 달하는데, 카페를 오픈했을 때와 비교하면 거의 3배 가까이 올랐다. 초콜릿이 들어가는 상품이 많다 보니 보통 2주일마다 구매를 하는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 원두도 최근 3년 사이 ㎏당 7000~8000원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초콜릿과 커피 원두의 가격 상승은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 영향이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 변화로 농산물 생산이 위축되면서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 가루(코코아)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엘니뇨(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따듯해지는 현상)에 따른 폭우와 폭염으로 카카오 재배량이 급감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은 톤당 9236달러(약 1291만원)로 전년 대비 127% 올랐다. 그러면서 도매 상품 외에도 오리온, 해태제과, 롯데웰푸드 등 국내 제과업체의 초콜릿 제품 가격도 평균 10% 가량 상승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초콜릿 상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커피도 마찬가지다. 인스턴트 커피에 들어가는 로부스타 원두의 경우 지난해 4월 국제상품거래소의 톤당 가격이 역대 최고인 3948달러(약 550만원)를 찍었는데 이는 주 생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극심한 가뭄에서 기인했다. 카페의 커피는 물론 관련 업체의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의 가격도 자연스럽게 올랐다.

 

 올여름 수박 가격 상승도 전국의 카페 점주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인기 시즌메뉴인 수박주스의 주원료인 수박이 기록적 폭우와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하며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수박 한 통 소매 가격은 3만884원으로 전년 대비 18%가량 올랐고, 평년과 비교해도 27% 가량 급등했다. 이에 원가 부담이 커지며 일부 카페는 수박주스를 메뉴에서 빼기도 했다.

 

 또한 여름철 길어지는 폭염은 식음료 매장의 전기료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A씨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지난해부터 5월 오전에도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손님이 늘고 있다. 고객이 덥다는데 틀지 않을 수 없다”며 “베이킹룸은 오븐 등 기계열 때문에 더 덥기 때문에 에어컨 온도를 더 낮게 맞춰야 한다. 초콜릿이 녹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에어컨 가동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카페의 경우 에어컨 외에도 쇼케이스를 포함한 냉장고, 원두그라인더, 냉온수기, 커피머신처럼 영업시간 내내 켜둘 수밖에 없는 기계가 많다. A씨는 “가장 최근 전기료(6월17일~7월16일)가 44만원이 넘게 나왔다”며 “전기료 자체도 오른 것 같다. 3년 전 이 시기 전기료가 37만원이더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동서식품 인스턴트 커피를 고르고 있다. 동서식품은 6월 30일부터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7.7% 인상했다.  

 

 소상공인만 어려운 게 아니다. 식품 대기업들도 비상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D업체 홍보팀장은 “카카오 가격 상승으로 초콜릿이나 과자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현재 카카오 가격 상승이 멈출줄 몰라서 힘든 상황”이라며 “큰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계속 반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팔면 팔수록 이익 감소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커피 체인 B사 관계자도 “커피 원두 가격 상승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많이 떨어져 비상”이라며 “큰 기업일수록 함부로 자주 가격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영업이익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올해부터 종이컵과 빨대 같은 매장 일회용품을 바꿨다. 옥수수 성분으로 만들어서 생분해되는 제품이다. 그는 “일반 제품보다 개당 50원 정도 비싸지만 기후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작은 것부터 실천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소송과 시민기후소송 등 기후 헌법소원 소송 주체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후 헌법소원 결정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날 기후소송 청구인과 변호인단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 세대를 위한 202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을 정부와 국회에 재차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말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라며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기후소송 청구인과 변호인단은 정부의 미흡한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