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준비됐던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은 불발됐지만 경제·방산 협력의 동력 확보를 챙겼다는 평가다.
먼저 멜로니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캐나다 G7 정상회의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된 데 대해 “기쁘다”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 역시 “한국의 문화적·경제적 잠재력은 매우 크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비공개 대화에서는 AI, 방산 분야 협력 확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멜로니 총리는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포럼을 예로 들며 “양국 경제협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고, 한국 방문 의사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대통령 또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자”며 이탈리아 방문 요청에 화답했다.
회담 중에는 멜로니 총리가 자신의 9세 딸이 열광적인 K팝 팬이며 음악뿐 아니라 전통의상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언급을 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가 방한하면 딸을 위해 아주 특별한 한류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화답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이 수석은 설명했다.

폴란드와의 회담은 보다 실무적이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한국산 K2 전차가 납기대로 공급되고 있다며 신뢰를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 무기는 품질·가격·납기 모두 완벽하다”고 자랑했다. 두 정상은 전차뿐 아니라 다른 방산 체계로 협력을 확대하고 첨단산업 투자와 인적 교류까지 넓혀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폴란드가 추진 중인 ‘오르카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보였다. 약 8조원 규모의 해군 현대화 사업으로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한국의 한화그룹이 수주전에 참여 중인데, 이 대통령은 “잠수함 분야 협력까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 역시 한국 방위 산업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며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다만 이날 예정됐던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프랑스 측이 국내 긴급 현안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으나 양국 정상의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취소됐다. 대통령실은 “차후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외교 전문가는 “유럽을 주도하는 국가인 프랑스와의 회담 취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도 “이탈리아와 폴란드 두 나라에서 얻은 성과는 분명했다. 이탈리아와는 상호 방문과 경제·문화 협력 확대라는 호감의 메시지, 폴란드와는 방산 신뢰와 잠수함 협력 가능성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챙겼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