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었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한 탓이다. 전세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전월 대비 2.2포인트 오른 154.2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0월(162.2) 이후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 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6·27 대출 규제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성북, 관악, 중랑, 강북구 등 중저가 밀집 지역의 매물이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832건으로 나타났다. 6·27 규제가 시행된 6월28일(2만4801건)과 비교해 4% 줄었다. 지역별로는 성북구 전세 매물 감소율이 40.4%로 가장 높고 이어 관악구(35.5%) 중랑구(34.7%), 강북구(29.0%) 등 중저가 밀집 지역의 감소세가 가팔랐다.
업계에서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수요가 늘었지만 입주물량 감소와 대출 규제 강화로 매물이 줄면서 전월세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매물도 줄었다. 전세퇴거자금 대출도 1억원으로 제한됐다.
전세시장에서 공급을 담당하는 입주물량도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1분기 3만4175가구에서 2분기 2만6088가구, 3분기 2만4302가구로 줄었다. 10월에는 수도권 입주물량이 1128가구에 그치면서 2015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가구대로 감소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18.2로 전월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준선(100.0)을 상회하며 상승 전망이 더 크다.
하반기에도 물량 감소와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으로 임대차 시장의 가격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출규제 강화로 매매시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고, 전세대출도 강화되면서 월세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며 “공급 부족에 따른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