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희토류 통제 vs 美 '100% 관세'… 미중 갈등 재점화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對中) 초고율 관세 부과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조치를 예고하며 미중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관세 휴전 연장’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항공기와 같은 ‘큰 것’을 포함해 많은 품목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은 보잉 항공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산 부품이 필요하다”고 언급, 항공기 부품도 통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미중 간에는 잇단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고 지난 9일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순톤(t)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이 같은 날부터 중국 선박에 톤당 50달러(약 7만1000원)의 입항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회사 ‘오토톡스’ 인수에 제동을 건 데 이어, 미국은 중국과 관련된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TP-링크’의 자국 내 영업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교통부가 중국 항공사의 러시아 상공 비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같은 상호 압박 속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둘러싼 기류는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중국이 미중 간 관세 휴전 합의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간 ‘관세 휴전’에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정상화가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11월 관세 휴전 종료를 앞두고 ‘관세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방금 내놓은 적대적 명령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응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미중 양국 모두 무역전면전이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의식하고 있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 실무 라인을 통한 물밑 조율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진핑과의 회담을 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APEC에 갈 것”이라며 “아마 회담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달라진 미중 관계의 역학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은 대규모 미국산 수입 확대 합의로 압박을 완화했지만, ‘학습 효과’를 거친 뒤 한층 공세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내세운 것도 대미 협상에서 자신감을 얻은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도 긴장감을 반영했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만약 APEC 회담까지 양국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미중 무역 갈등 완화를 통한 동북아 안정 모색에 나선 이재명 정부의 외교 구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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