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 부분만 파기환송했다. 노 관장에게 내려졌던 1조3800억 원 규모의 재산분할금이 재조정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에 제공했다고 알려진 비자금 300억 원은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 회장이 부부 공동재산 형성과 무관하게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처분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을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반소 재산분할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에 대해서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두 사람은 1988년 9월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 청와대에서 결혼했다. 그러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고, 2017년 7월 이혼 조정 신청으로 법적 절차가 시작됐다. 조정이 결렬된 뒤 2018년 2월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위자료 3억 원과 SK 주식 1297만5472주의 절반(648만7736주) 분할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당시 주식 가치는 약 1조3000억 원 규모였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노 관장 측은 혼인 기간 중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며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노 관장이 재산 형성에 기여한 정도가 제한적”이라며 최 회장이 665억 원의 재산분할금과 위자료 1억 원만 지급하라고 판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지난해 5월 “노 관장이 SK의 성장 과정에서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판단,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 지급을 명령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해당 재산분할액은 다시 산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