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등 각종 범죄에 가담했다가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9시53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절차를 마쳤다. 대부분 20~30대의 젊은 남성으로, 입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양손에 천으로 덮인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송환자들은 경찰이 둘러싼 통제선 안에서 양옆 호송관의 팔짱을 낀 채 이동했다. ‘고국에 돌아온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현장에는 일부 가족들이 나와 송환자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송환자는 형에게 “엄마한테 연락했지? 미안해”라고 말한 뒤 호송 차량이 대기한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이날 인천공항에 호송차량 23대를 배치해 송환자 전원을 전국 각지로 분산 압송했다. 45명은 충남경찰청, 15명은 경기북부청으로 이송됐으며, 나머지는 대전·서울 서대문·경기남부 김포·강원 원주 경찰서 등에서 각각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범죄 가담 경위와 해외 조직과의 연계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송환자 64명 중 59명은 캄보디아 당국의 대규모 스캠(사기) 단속 작전 중 체포됐고, 5명은 스스로 현지 경찰에 신고해 구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혐의는 보이스피싱, 리딩방 투자사기, 로맨스스캠, 노쇼사기 등이며, 경찰은 이번 송환을 계기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범죄조직의 실태를 본격적으로 추적할 계획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