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선택 내몰린 청년 고용불안

지난달 청년 고용률 45%…17달째 ↓
제조∙건설업 부진에 양질 일자리 줄어
경력직 선호 현상 등도 진입 장벽 높여
캄보디아 사태 등 극단적 해외 유출로
근로 의욕↑∙취업 유인하는 정책 필요

법무부는 우리 국민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취업사기 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17일부터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국민이 출국 초기 단계에서부터 관련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국민이 법무부 자동출국심사대를 통과할 경우 모니터 화면에 안내 문구나 영상이 표출되고 탑승게이트 앞에서는 캄보디아 방문 주의 안내문이 배포된다. 법무부 제공

 #지난 14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행 항공기에 몸을 실으려던 대학생 A씨(18)를 대한항공 직원이 막아섰다. A씨의 항공권 정보에 수상한 중국 번호가 들어 있고, 비상여권으로 편도 항공권만 소지한 채 출국하는 점 등이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여행 목적 등을 묻는 대한항공 측 질문에 “돈이 필요해서 휴학 중이고, 친한 친구가 캄보디아로 놀러 오라고 해서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왕복 항공권을 끊어 다시 출국 수속을 했으나 항공사 직원의 만류 끝에 스스로 공항 안내데스크로 가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이 A씨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그에겐 빨리 출국하라는 취지의 전화가 걸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의 고용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젊은이들이 고수익 알바를 찾아 캄보디아로 떠났다가 현지에서 감금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진 것도 국내 취업난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은 45.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낮아졌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7개월 연속 하락세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51개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현재 한국의 고용시장 양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견조한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건설업 부진이 청년 취업문을 좁히고, 이들의 구직 의욕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 8월 제조업 취업자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 여파로 6만1000명 줄며 15개월 연속 내리막을 기록했다. 건설업 취업자도 8만4000명 줄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건설업 불황으로 17개월째 마이너스다.

 

 지난달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로 취업자 수가 30만명 넘게 늘었지만 주로 단기직에 집중되면서 청년층은 오히려 14만6000명 감소했다.

 

 여기에 경력직 선호 현상도 청년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가운데 신규채용은 총 546만7000개로, 2018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전체 일자리에서 신규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6.6%까지 떨어지며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제조업 신규채용은 18.8%에 그치며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일자리를 구하다 지친 청년들은 결국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구직활동도,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 계층으로 밀려나고 있다. 쉬었음 인구는 지난 2월 50만4000명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40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사태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청년층 고용불안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청년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정책, 청년을 쉬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취업하려는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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