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의원 “전 세계가 K푸드 찾는데… 정부는 예산 삭감?”

미국 조지아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샘표 우리맛공간에서 열린 한식 쿠킹클래스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서로에게 먹여주고 있다. 뉴시스

“관광공사 예산은 줄여놓고, 3000만 관광객을 기대한다니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가장 크게 쏠리는 분야 중 하나가 음식이다. 쇼핑, 전통유산 못잖게 K푸드를 먹으러 한국을 찾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의원(국민의힘·부산 수영구)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 열 명 중 여덟 명은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온다’고 답했다. 그런데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예산 흐름은 이 수요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정 의원은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는데, 정부는 가장 기본인 먹거리 관광 예산부터 줄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3000만 관광객 시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 외래객 조사’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의 80.3%가 방한 활동으로 ‘식도락 관광’을 꼽았다. 쇼핑(80.2%)보다 높은 수치다. 자연경관 감상(53.7%), 역사·유적지 방문(38.8%)은 그 뒤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국민여행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내국인의 국내여행 활동 중 가장 많은 응답은 자연경관 감상이었지만, 두 번째는 ‘음식관광’이었다. 단지 외국인만의 현상이 아니라, 한국 관광의 중심 자체가 ‘무엇을 보는가’에서 ‘무엇을 먹는가’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예산은 반대로 움직였다. 한국관광공사의 전체 정부 지원 예산은 2023년 4140억 원에서 2025년 3680억 원으로 약 11%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음식관광 관련 예산은 20억 원에서 12억 8000만 원으로 36%나 삭감됐다. 전체 예산 감소 폭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숫자만 보면 정부는 “K푸드 열풍”을 말하면서도, 정작 현장 예산은 K푸드를 가장 먼저 뺐다는 말이 된다.

 

정 의원은 이같은 점을 짚었다. 외래객의 체험이나 실제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는 여전히 부족한데,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3000만 관광객 시대라는 구호가 실현되려면,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분야가 음식”이라며 “관광은 경험 산업이고, 경험은 입으로 기억된다. 그런데도 음식관광 예산을 줄였다면 이는 의도적인 외면이거나 정책 인식 자체가 뒤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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