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500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 조율 막판 진통… “극적 타결도 결렬도 아냐”

한미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열흘 앞두고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각료급 협의에서 미국 측이 한국의 단기적 투자 부담 능력을 일정 부분 고려하게 됐다고 평가하며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 규모와 방식 등을 놓고 양측 간 견해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앞서 일본과 맺은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에 가까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직접 투자 규모를 줄이고 투자 기간을 분산하는 ‘할부형 투자’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김용범 정책실장이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9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대부분 쟁점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함께 협상단으로 참여해 “대한민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호 호혜적인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투자 비중 ▲투자처 선정 시 상업적 합리성 보장 등을 주요 요구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현실적인 체결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단기적 투자 부담 완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제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하는 투자처에 대해 한국이 45일 내 자금을 납입하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대부분을 보증(credit guarantees)과 대출(loans)로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3500억달러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 내년도 예산(728조원)의 약 7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라는 점에서 재정 부담 우려를 지적한다.

 

한미 간 주요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양국이 절충점을 찾을 ‘기회의 창’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극적 타결도, 결렬도 아닌 중간 단계로 한미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