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플랫폼 차원의 대규모 할인전을 앞두고 입점 업체의 가격 부풀리기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민 측은 상담원의 실수로 발생한 일이며 본사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부추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논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화두에 올랐던 만큼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 협회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배민 상담원은 한 입점업체 점주가 ‘배민 푸드페스타’ 이벤트에 앞서 “할인비용이 부담되는데 음식 가격을 올린 뒤 할인을 적용해도 되냐”고 물었지만 이를 말리거나 경고하지 않았다.
통화 녹취를 보면 구체적으로 상담원은 “네, 저희에게 어뷰징(abusing·의도적 조작) (지침은) 따로 전달된 건 없어요”라고 답했다.
배민 푸드페스타는 배민이 오는 31일까지 진행하는 할인 행사로 배민은 앱 내 기획 코너에서 푸드페스타 입점 업체를 모아 노출하고 있다. 다만 이 행사에 참여하려면 15% 할인 또는 3000원 이상 할인 혜택을 제공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해당 통화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석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그릇 배달 가격 조작 의혹을 지적받은 다음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그릇 배달은 최소 주문금액 없이 음식 가격을 20% 이상 할인해주는 1인분 무료배달 서비스로 지난 4월 처음 선보인 이후 70여일만에 100만명이 이용했다.
배민은 할인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점주들이 한그릇 서비스에 참여하도록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 뒤 할인해 판매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해 지난달 배민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당시 국감에서 “만약 그런 상황이 있었다면 회사 정책이 아니라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배민은 이 외에도 점주에게 음식 가격과 각종 혜택을 경쟁 배달앱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는 최혜대우를 강요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이 부분을 정확히 살펴보고 추후 따로 공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배민의 독일계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개발한 라이더용 배달앱인 ‘로드러너’를 도입하며 라이더와 소비자의 불편이 폭증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최대한 피드백을 들어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우아한형제들 기술자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내고 “김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영업사원 개인의 실수라고 책임을 회피했지만 녹취록을 통해 가격 조작과 소비자 기만 정황이 드러났다”며 “배민이 푸드페스타에서 주문 건당 3000원 할인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으며 프로모션 강제는 외식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해당 상담사는 배민의 정책을 완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상담을 이어간 외주업체 직원”이라며 “잘못된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지난 17일부터 외부 전화 안내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메뉴 가격 조정은 고객의 신뢰를 해치고 표시광고법 또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고 점주에게 안내하고 있다”며 “외주업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부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