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돌아온 산업장관 “美, 우리 의견 상당부분 수용”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으로 귀국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며 미국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며 "지금 거기까지 갔으면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 부분 미국 측에서 우리 측의 의견들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7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의 미국 상무부 청사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실천 방안 등에 대해 협의했다. 

 

한국은 지난 7월 말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equity)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 투자는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credit guarantees)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loans)로 채우는 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합의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투자처를 선정하면 한국이 45일 안에 투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V)에 입금하는 등 투자를 뒷받침하는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해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일부 후속 논의가 거듭되면서 일부 사안에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귀국한 김용범 정책실장은 “대부분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미 정상이 만나는 계기에 협상을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그 시점보다는 그것이 가장 국익에 맞는 합의가 되는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APEC 기간 전이라도 필요하다면 다시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전날 김 실장이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가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이 추가 설명을 요청하자 김 장관은 "그런 쟁점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그런 것이 몇 가지 있어 지금 당장 된다 안된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는 선에서 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협의가 준비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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