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모닝] 80번째 경찰의 날… 진돗개 경찰견, 심리치유 경찰견 아시나요?

최초의 진돗개 경찰견을 꿈꾸는 경찰견훈련센터 후보생 ‘상만이’와 핸들러 김태훈 교관. 경찰견훈련센터 제공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80년 전인 1945년 이날, 미 군정청 산하 경무국이 창설됐다. 경찰의 날이 정부 주관 기념일로 발돋움한 1973년은 이 땅에 경찰견이 처음 도입된 시기이기도 하다. 20일 경찰인재개발원(원장 박현수) 산하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 따르면 당시 수사견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최초의 경찰견은 모두 13마리였다. 그리고 52년이 흐른 현재 200마리가 넘는 경찰견이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특공대 및 인천국제공항경찰단 대테러기동대 소속으로 국민 안전을 위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 폭발물탐지견, 마약탐지견, 전자기기탐지견… ‘테라피 독’ 임무는?

 

경찰견은 폭발물탐지견, 마약탐지견, 체취증거견, 전자기기탐지견 등으로 나뉜다. 체취증거견은 사람의 체취를 추적해 실종자, 용의자, 변사체 등을 찾는 경찰견으로, 인간보다 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을 활용해 사건 현장에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다. 지난 6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고사리를 캐다 실종된 80대 노인을 찾아낸 ‘디아블로’와 ‘페르난도’ 콤비, 7월 경기 의정부시에서 70대 치매 노인을 실종 나흘 만에 구조한 ‘폴’이 대표적 사례다.

 

전자기기탐지견은 2020년 N번방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기 위해 도입됐다. 김민철 양성교관의 교육 아래, 음란물 제작·유포 범죄에 쓰이는 USB와 SD카드, 휴대전화 등을 수색하는 임무를 맡는다. 해당 전자기기에는 트리페닐포스핀옥사이드(TPPO)라는 화학 물질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내는 고유한 냄새가 열쇠가 된다.

 

경찰견훈련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진돗개 상만이. 경찰견훈련센터 제공

 

현재 국내에 딱 1마리가 있는, 조금 더 특별한 경찰견도 있다. 심리치유견이라고도 불리는 ‘테라피 독(Therapy Dog)’이다. 대부분 현장 경찰들이 크고 작은 외상 후 스트레스(PTSD)를 겪는 상황에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은채 경찰견훈련센터 교수요원의 전문 지도 아래 보더콜리 ‘폴리’가 테라피독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찰견훈련센터서 16주 교육… 시험도 통과해야 ‘실전’으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건만 경찰견을 양성하는 과정은 2010년대만 해도 주먹구구에 가까웠다. 각 지방 경찰특공대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하는 게 전부였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경찰견이 양성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 아래 2020년 6월 경찰견훈련센터가 개소했다. 대전 유성구의 4만3000㎡ 규모 센터에서 ‘그린독(Green Dog)’이라 불리는 1~2살 경찰견 후보생들이 16주간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첫 3주 동안 환경적응, 친화훈련, 사냥본능강화훈련을 마친 뒤 6주차에 현장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종합훈련장에서 폭발물 탐지, 수색, 마약 탐지 등 세부 교육을 받는다. 7주차에 산악, 들판, 기차역 등 실제 현장에서 실전적응훈련을 한 뒤 최종평가를 받는다.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 미달이면 2주 보수교육을 진행한다. 최종 합격을 한 그린독만이 비로소 후보생 딱지를 떼고 각 지역 경찰특공대로 전입, 실전에 투입된다.

 

◆ 셰퍼드, 말리노이즈, 리트리버 등 ‘외국개’ 일색… 첫 진돗개 경찰견 탄생?

 

현재 활동 중인 국내 경찰견의 견종은 셰퍼드(독일), 말리노이즈(벨기에), 래브라도 리트리버(캐나다), 스프링어 스패니얼(영국)이다. 이 같은 해외 견종의 개를 외국에서 도입해 훈련시키는 비용은 마리당 15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토종견인 진돗개를 경찰견으로 키우는 시도가 있었지만, 핸들러 교체 시 새로운 핸들러에게 복종하지 않는 등 지나친 충성심이 문제가 돼 실제 배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징성과 실용성,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국견 경찰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경찰견훈련센터에서 지난해부터 재차 진돗개 경찰견 양성 사업에 돌입했다. 지난 5월에는 진도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3마리의 진돗개 임회, 상만, 주몽이 각각 신종필 전문경력관, 김태훈 양성교관, 최용식 양성교관의 지도 아래 교육을 받고 있다.

 

경찰견 훈련 과정을 밟고 있는 후보생 강아지와 핸들러. 경찰견훈련센터 제공

 

김태훈 교관은 “일회성이나 단발성이 아닌 중장기 프로젝트”라며 “기존 훈련 방식이 아닌 진돗개만의 특성을 고려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높은 지능과 뛰어난 체력을 갖춘 만큼 훌륭한 경찰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경찰견 은퇴 후 경찰의 반려견으로… “동료이자 영원한 친구”

 

이달 4일은 ‘동물보호의 날’이었다. 정부는 법정기념일로서 첫 동물보호의 날을 기념하며 지난달 부산에서 동물보호의 날 축제도 열었다. 당시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봉사견이 개막식 무대에 올라 조명을 받았다. 경찰견 역시 농식품부 검역본부 탐지견, 국토교통부 철도경찰 탐지견, 관세청 세관 탐지견, 국방부의 군견(공군·육군), 소방청 119구조견과 함께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달 동물보호의 날 축제에서 개막전 무대에 오른 국가봉사견들과 핸들러들. 박재림 기자
지난달 동물보호의 날 축제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는 경찰견과 핸들러. 박재림 기자

 

이러한 국가봉사견들의 은퇴 후 민간 입양 등 복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예지·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22대 국회에서 봉사동물의 복지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냈다. 김 의원은 도우미견 ‘조이’와 함께 국회를 출입하는 시각장애인이기도 하다.

 

보통 7~8세까지 일한 뒤 은퇴하는 경찰견은 동료였던 핸들러에게 입양되는 경우가 많다. 오성진 센터장은 “경찰견은 경찰에게 단순한 동물이 아닌 중요한 동료이자 영원한 친구”라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치안현장에서 일생을 보낸 경찰견을 위해 은퇴 이후에도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경찰인재개발원과 임실군이 업무협약을 맺고 오수펫추모공원에 경찰견 묘역도 별도로 조성했다.

 

◆ 53년 역사의 K-경찰견… ‘한국형 촉탁경찰견 제도’ 추진

 

경찰견훈련센터는 경찰견만 육성하는 게 아니다. 경찰견을 다루는 핸들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교수요원들은 매년 8개 과정 20회 신규 핸들러 교육은 물론 주기적인 보수 교육으로 인프라 강화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경찰견훈련센터는 ‘한국형 촉탁경찰견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이 가정에서 사육·훈련한 개가 경찰견 시험에 합격해 경찰 수색 등 업무에 투입되는 제도를 뜻한다. 일본에서 시바견이나 아키타견 같은 자국 토종견을 촉탁경찰견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인재개발원이 앞서 진도군과 협약을 맺은 것도 한국형 촉탁경찰견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 과정 중 하나다.

 

박현수 경찰인재개발원장. 경찰견훈련센터 제공

 

박현수 경찰인재개발원장은 “관계기관 및 민간 단체와 경찰견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다 효과적으로 현장을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 치매 노인 실종자 대응 등에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의 인력과 예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협력 체계로서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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