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430원까지 돌파하면서 외환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1400원이 새로운 기준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복합적인 대외 요인이 맞물린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21일 서강대 이윤수 경제학부, 정유신 경영학부 교수에게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대비와 전망 등에 관해 물었다.
향후 환율은 현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데 무게를 둔 이 교수는 “미국의 경제 여건이 특별히 나빠져서 금리를 내리지 않는 이상,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으로의 투자 쏠림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소비는 회복이 더디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 교수는 “(한미) 관세협상으로 인한 자본유출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미국보다 안 좋은 상황”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원화의 가치는 주요 거래국 대상 DXI 달러화지수보다 더 떨어져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는 원화가 다른 국가 통화보다 훨씬 더 많이 평가절하돼 있다는 의미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가 여전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반대로 정 교수는 최근 유가 하락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은 국내 무역수지 흑자 폭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연말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10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나 양적 긴축 종료에 나설 수 있고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달러 강세 흐름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행은 내년 4월 예정된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약 70조~90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밝힌 만큼 환율 하락 요인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시기에는 기업과 개인 모두 환율 리스크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환율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기업은 충분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고 헤지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은 환율이 급락하면 해외투자에서 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등 환차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율 대책을 묻는 말에 단기적으로 관세협상에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장기적으론 국내에서 (자본)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수가 회복되는 것과 함께 구조적 저성장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주희·노성우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