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화] 업종별 희비 교차…반도체·車 웃고 철강·화학 울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산대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IT·전자기기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은 외화로 수입을 얻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유리하다. 반면 철강, 화학, 조선업, 소비재 등 수입기업이나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원화 약세가 비용 증가를 초래해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랐던 지난달 24일 대비 이날 KRX반도체는 15.78%, KRX자동차는 9.4% 올랐다. KRX반도체와 KRX자동차는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 기업을 모아 놓은 지수다. 

 

같은 기간 KRX 철강은 5.38% 소폭 올랐고, KRX 경기소비재, KRX필수소비재는 각각 1.6%, 3.24% 하락했다.

 

고환율 효과로 달러 수익이 커진 반도체 업종이 돋보인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함께 올 3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 상승을 이어갔다.  

 

10만전자 초읽기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날 장중 9만9900원을 기록하며 10만전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수출 비중이 높은 LG전자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북미, 아세안 지역 중심 수출 호조로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다. 

 

방산 수출 확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환율 상승효과와 맞물리며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30일 110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반대로 환율 타격을 받은 산업군인 철강, 소비재, 구경제는 원화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고율 관세(25%)와 부품·소재 등 수입 비용 상승 등이 겹치며 환율 상승의 수혜보다 부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에 원가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만원 후반대로 7거래일 연속 오르며 주가는 선방하고 있으나, 비철강 부문 손실로 인해 기대만큼의 실적 개선은 제한되는 모습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석유·화학 기업은 수출 비중은 크지만,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해야 해 환율 상승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흐름에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은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지만, 해외 성장이 가시성을 보이며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다. 화장품 산업은 미국·러시아 수출 증가 등으로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수급 쏠림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로 주가는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 상승이 원자재 수입업체와 내수 경기에 일정 부분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유가 급락 등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