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조용하고 단단하다…기아 EV5, 현실적인 전기 SUV 선택지

 

최근 하남에서 가평의 한 카페까지 왕복 100㎞를 달렸다. 전기차의 효율과 주행감, 실용성을 확인하기에 적당한 거리였다.

주행을 맡은 차량은 기아의 준중형 전기 SUV ‘EV5’.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기아의 다섯 번째 전기차의 등장이다. 특히 가속 제한 보조 기능 적용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최초 모델로 세심한 안전성도 돋보인다.

 

◆정숙하지만 단단한 주행감

 

하남 시내를 빠져나오자마자 느껴진 첫인상은 ‘조용하다’였다. 노면 소음이 적고 80㎞ 이상에서도 풍절음이 잘 억제됐다. 

가평 방향 국도에서는 노면 요철을 매끄럽게 흡수했다. 서스펜션은 단단하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차체 흔들림이 적어 주행 피로가 덜했다. 급가속 시 출력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일상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도 과하지 않다. 전륜구동 특성상 코너에서 살짝 미는 느낌이 있지만 차체 밸런스가 안정적이다. 특히 급가속 페달 전개 시 가속 제한 보조 기능이 적용돼 인상적이었다.

 

 

◆실생활 및 레저 용도로 OK

 

20도 냉방을 가동한 조건에서 평균 전비는 약 6.2㎞/kWh로 측정됐다. 일반형 배터리(58kWh) 기준으로 약 370㎞ 주행이 가능하다. 실사용 기준으로는 충분한 수준으로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i-Pedal 기능은 반응이 부드러워 도심 주행에 적합했다. 내리막 구간에서는 페달 개입 없이도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실내는 기아 EV9의 디자인 언어를 단정하게 옮겨놓은 느낌이다. 수평형 대시보드와 듀얼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깔끔하게 배치됐다. 2열은 바닥이 평평해 공간 활용이 좋고, 트렁크(약 490ℓ)도 가족 여행이나 주말 캠핑에 충분한 크기다. 주행보조 시스템(차로유지, 전방충돌방지, 스마트크루즈 등)도 충실하게 적용됐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는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전기 SUV의 현실적 기준을 세우다

 

EV5는 기아의 전기 SUV 라인업 중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EV6처럼 날렵하지도, EV9처럼 웅장하지도 않지만, 실용성과 정숙성을 잘 균형 잡았다. 내연기관 SUV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려는 소비자에게 진입장벽이 낮다. 하남에서 가평까지 달리는 동안 배터리는 물론, 운전자도 여유가 있었다. EV5는 지금 당장 선택 가능한 전기차의 표준을 보여준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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