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씰(SEAL), BYD의 자신감…이유 있었다

 

전기차의 매력은 단지 ‘엔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도심에서 달려보면 그 고요함 속에서 얼마나 부드럽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BYD의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은 그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이었다.

 

◆가속은 부드럽지만, 반응은 즉각적이다

 

기자는 최근 씰을 서울 도심 위주로 한 약 40㎞ 시승해봤다. 구간정체가 잦은 도심에서도 씰은 한결같이 여유로웠고,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폭발적인 힘으로 가장 앞서나갔다. 제로백(0→100㎞/h)은 4초대로, 도심형 스포츠 세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속도감은 거칠지 않다. 전기모터의 토크가 즉각적으로 전달되지만, 차체 밸런스가 안정적이어서 승차감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특성 덕분에 씰은 강력한 퍼포먼스보다 정제된 가속을 느끼게 한다. 또한 믿음직한 브레이크 성능 덕분에 가속에 대한 안정성이 담보된다.

 

 

◆아토3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감각

 

BYD가 이전에 선보였던 아토3(Atto3)는 독특한 색감과 레이아웃으로 개성을 드러냈지만, 다소 실험적이었다. 반면 씰은 훨씬 더 완성도 있고 세련됐다. 대시보드는 수평 구조로 정돈돼 있고, 중앙에는 15.6인치 회전형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이 디스플레이는 가로·세로 전환이 가능한 구조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는 세로 모드, 미디어와 설정은 가로 모드로 활용할 수 있다. 조작 반응도 빠르고, 그래픽 품질 역시 경쟁 차량들과 견줄 만하다.

 

소재 품질감도 확실히 좋아졌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는 부드러운 패브릭과 메탈릭 포인트가 적용돼 아토3보다 훨씬 ‘프리미엄 세단’에 가까운 분위기를 낸다.

 

 

◆빛으로 완성된 디자인

 

씰의 외관은 물결(Wave)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이 특징이다. 프런트와 리어의 LED 라이트 시그니처는 BYD의 디자인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헤드램프는 얇고 날렵하게 뻗었으며, 리어램프는 차폭 전체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야간 주행 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입체적인 느낌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디자인 완성도는 수입 전기 세단들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얼핏 프런트와 리어 디자인에서 포르쉐와 렉서스적인 인상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인 총괄 — 볼프강 에거(Wolfgang Egger)

 

BYD 씰의 디자인은 아우디·람보르기니 출신의 디자이너 볼프강 에거(Wolfgang Egger)가 총괄했다. 그는 BYD의 글로벌 디자인 전략을 이끌며 ‘단순함 속의 유려함(Simplicity with Flow)’이라는 철학을 씰에 담았다. 그 결과 전기차 특유의 미래적 감각과 유럽 세단의 정제된 비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총평-BYD 기술력의 현주소 입증

 

씰은 BYD가 단순한 전기차 회사가 아닌 완성차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가속은 강하지만 불필요한 과장은 없고, 실내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도심 시승을 마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균형감이다. 성능, 디자인, 실내 완성도 어느 하나가 튀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BYD 씰은 이제 가성비가 아닌 진짜 잘 만든 전기 세단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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