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저림과 손마비는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나 손목 주변의 국소적인 문제에서부터, 목과 척추 등 신경이 시작되는 부위의 이상까지 포함한다. 손과 팔의 감각과 운동 기능은 복잡한 신경 구조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탁대현 배곧 365탁정형외과 원장에 따르면 손끝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며, 때로는 손의 힘이 약해지는 증상은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 불편함이 아니라 신경계 문제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그는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손저림과 손마비는 신경 포착 증후군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신경이 팔의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압박 받는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의 좁은 통로에서 정중신경이 눌려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손바닥 쪽 약지 절반에 저림과 화끈거림이 생긴다.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 잠을 설치는 일이 잦으며, 진행되면 근력 약화와 손 물건 놓침 현상도 나타난다.
척골신경 포착 증후군은 팔꿈치 부근에서 척골신경이 눌리면서 새끼손가락과 손바닥 쪽 약지 절반에 저림과 통증을 일으킨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가락 변형과 섬세한 움직임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의외로 손 저림과 마비의 주요 원인이 손이나 팔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경추관협착증과 목디스크와 같은 경추 질환도 이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경추관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서 손저림뿐만 아니라 팔 힘이 빠지고 목과 어깨 통증까지 동반할 수 있다. 목디스크는 경추 사이의 디스크가 탈출해 신경을 누르며 목과 어깨 통증뿐 아니라 손 저림과 마비를 유발하는데, 압박된 신경 위치에 따라 저림이 나타나는 손가락이 달라진다.

탁대현 원장은 “지속적인 손저림 증상을 단순히 손목 문제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손목터널증후군과 경추 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치료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진단 과정에서는 환자의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을 통해 증상의 위치와 특성을 파악한다. 티넬 검사, 팔렌 검사와 같은 신경 자극 검사를 실시하며, 신경 전도 검사로 신경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 필요하면 초음파나 MRI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더욱 면밀히 살핀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비수술적 치료가 우선 적용된다. 반복적인 손목 굽힘이나 팔꿈치 굽힘 등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동작을 피하고, 야간 부목 착용으로 손목과 팔을 안정시킨다. 약물 치료나 신경 주사 치료를 통해 염증과 통증을 줄이며 신경 회복을 돕는다.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스트레칭, 근력 강화 운동으로 손목과 팔 기능을 회복하고 통증 재발을 예방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는 신경 손상을 막고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탁대현 원장은 “손저림과 손마비 증상을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심해져 근육 위축과 영구적인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노화나 혈액순환 문제로 여기지 말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