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이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가족 선영에서 엄수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추도식에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이 참석할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150여명도 선영을 찾는다.
추도식 후 이재용 회장과 관계사 사장단은 경기 용인시 소재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故 이건희 선대회장을 기릴 예정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를 계기로 고인이 남긴 ‘KH 유산’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기려 2021년 미술품 기증 및 의료공헌 등을 통해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유족은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이와 함께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했다.
특히 2만3000여점에 이르는 소장품 기증은 국내에서 전례가 없는 최대의 규모로,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미술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 2만16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내외 작가들의 근대작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한국근대미술작품 143점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등 전국 각 지역 미술관에 기증돼 지역 미술관의 소장품 수준 및 지역 문화 인프라 향상에 기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 ‘추성부도’ ▲국내 유일 고려 천수관음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 등 지정문화재 60건이 기증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대표작으로는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 ‘황소’ 등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전국 주요 박물관·미술관에서 2021년부터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총 35회 열었으며 3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건희 컬렉션은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이후 내년 3~7월 시카고 미술관, 내년 9월부터 2027년 1월까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유명 박물관에서도 순차적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삼성은 “이건희 선대회장은 평소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백남준, 이우환, 백건우 등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하기도 했다.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제정해 인류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예술인들을 시상해 한국 문화 발전에 힘을 보탰다.
유족은 또한 ‘어린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소아암·희귀질환 환아의 치료와 선진 의료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을 토대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비롯한 전국 의료기관들이 모여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출범했다. 사업단은 전국 160여개 기관에서 1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1년에 시작돼 2030년까지 10년간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사업단은 현재까지 진단·치료·연구 관련 86개의 추진 과제를 진행했으며, 누적 환아 2만2462명이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1만명에 가까운 환아가 병명의 진단을 받고 치료 방법을 모색 중이며, 지원을 받아 치료를 시작한 환아도 4000명에 이른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관장은 지난해 10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직접 참석해 환아와 가족, 의료진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밖에 유족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던 2021년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활용하고 있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 시설 건축과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에 사용되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들의 의료기부 이후 유명 인사와 기업들의 기부가 잇따르며 우리 사회에 기부 선순환을 일으키는 마중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세계적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은 2023년 10억원을, 가수 이승기는 2022년 20억원을 각각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삼성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아 생산성을 높인 감염병 진단키트 제조기업 코젠바이오텍은 2022년부터 매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기부금은 총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