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경 특별검사팀이 2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와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9분께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이 “검사 출신으로서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가 적절했냐”고 묻자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조사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직접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될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었으며, 출국금지 상태였다.
그런데 법무부는 임명 사흘 뒤인 같은 해 3월 8일,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자마자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은 곧바로 출국해 호주대사로 부임했다.
범죄 피의자의 출국 허용이 논란을 일으키자, 당시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이 공수처 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여러 차례 출국금지 연장이 이뤄진 만큼 수사 협조 의지를 고려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절차, 출국금지 해제 시점, 공관장 회의 개최 등 일련의 과정에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특검은 법무부 관계자 조사 과정에서 “박 전 장관과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실무 담당자에게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됐으니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처리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박 전 장관을 상대로 출국금지 해제가 사전에 결정된 사안인지, 대통령실 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조 전 실장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 및 기록 회수 의혹과 관련해 이번이 여섯 번째 조사다.
이날 오후 12시 6분께 특검에 출석한 조 전 실장은 ‘사건 기록 회수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어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조 전 실장의 지시라고 진술했다’고 되묻자 “그것도 다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조 전 실장은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순직 사건 기록 회수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 회의’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