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등 노후생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소 시들해진 종신보험 인기에 고민하던 생명보험업계가 한껏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이미 관련 상품이 출시되는 등 향후 생명보험사들의 마케팅 열기도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25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당겨 쓸 수 있는 유동화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행된다. 이는 10년 이상된 기존 종신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제도성 특약 개념이다.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것으로 업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생명보험업계가 사망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의 일환으로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추진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갈수록 비혼 또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출산율도 낮아진 상황에서 전통적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예전만 못해진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타 연령층 대비 보험 가입률이 10∼1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으로 인해 자산운용 수단으로써 종신보험의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유동화 대상 계약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보험을 다시금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각 생명보험사에는 사망보험금 전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입장에선 기존 고객의 새로운 니즈에 맞춰 신규계약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퇴자들이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통해 소득이 생기면 이를 재투자할 수 있는 까닭이다.
생명보험사들도 발빠르게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이 지난 1일 종신보험의 사망 보장 기능과 함께 노후생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로H종신보험’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상품은 종신보험의 본질인 사망 보장은 강화하면서 은퇴 이후 안정적인 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연금 전환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종신보험은 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사망 보장이 사라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하나로H종신보험은 이를 유지하면서 연금까지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객들은) 묵혀있는 자산도 활용하고, 보험사는 침체된 종신보험 (계약)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