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에 영끌 광풍…요구불예금 20조↓·마통 14개월 내 최대↑

사진은 25일 서울시내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 모습. 뉴시스

 최근 부동산·주식 투자 열풍으로 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가고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가계가 자산 투자를 위해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지난 23일 기준 649조53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9월 말(669조7238억원)과 비교해 20조1908억원 감소한 규모다.

 

 요구불예금이란 저축성예금보다 이자율이 크게 낮은 대신 예금주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예금이다. 대표적으로 입출금 통장으로, 은행에 묶인 대기성 자금 규모를 가늠할 때 잔액을 살펴본다. 유출된 예금 대다수는 부동산이나 증시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8779억원씩 빠져나간 것으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월말까지 약 27조원이 감소해 2024년 7월(-29조1395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실제 국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0일 80조625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에서는 이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마이너스통장이 신용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계속된 규제로 주담대가 나오지 않으면서 마이너스통장으로 대출받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스피 상승에 따른 주식 투자 자금이나 부동산 자금을 위해 마이너스통장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의 지난 2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5213억원으로, 지난달 말(103조879억원)과 비교해 7134억원 확대됐다. 이 중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지난달 말 38조7893억원에서 현재 39조3202억원으로 5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8월(+5704억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했지만 10·15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증가폭은 주춤하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9813억원으로 이달 들어 1조8864억원 확대됐다. 10월 증가 규모는 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9월(+1조1964억원)의 두 배를 넘지만 6월(+6조7536억원)·7월(+4조1386억원)·8월(+3조9251억원)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위축됐다. 전세자금대출은 1434억원 감소해 지난달(-344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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