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회장에 오른 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메모리 다운사이클, 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도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뉴삼성’ 전환을 밀어붙였다. 최근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정리되면서 경영 전면에 선 이 회장의 행보는 한층 빨라졌다. 증시에서는 메모리 업황 반등과 인공지능(AI) 투자 모멘텀이 겹치며 ‘10만전자’ 진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하는 분위기다.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객사 맞춤형 패키징과 전력 효율 최적화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회복 →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확장’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경우 실적 체력이 과거와 다른 단계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그려온 ‘뉴삼성’은 ▲반도체 초격차 복원과 파운드리 신뢰 회복 ▲DX(모바일·가전) 부문의 AI 디바이스 전환 가속 ▲바이오·차량용 전장·신에너지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요약된다.
취임 3주년을 기점으로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업총괄 책임의 권한·책임을 분명히 하고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의 일체형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AI 디바이스 개발과 서비스를 묶는 크로스 조직이 보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재·조직문화 측면에서는 성과와 속도를 중시하는 ‘책임경영’ 원칙이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거버넌스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사법리스크 국면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뒤 비등기 체제로 경영을 이끌어왔다. 등기 복귀가 현실화될 경우 시장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설명의무가 한층 명료해질 수 있으며 동시에 중장기 투자와 M&A 등 굵직한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환율 변동성, 메모리 가격의 재조정 가능성은 여전한 변수다. 파운드리에서는 미세공정 수율·납기 신뢰 회복과 고객 다변화가, 시스템 LSI에서는 경쟁사 대비 설계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는 “반도체 반등의 훈풍을 지속 가능한 체질 개선으로 연결하고 연말 인사·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의 방향을 시장과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며 “선언을 넘어 실행으로 이벤트를 넘어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면 ‘10만전자’는 목표가 아니라 새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