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교착 상태인 대미 관세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출로를 찾을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는다.
26일 관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으로 한국 경제는 1차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는 경주에서 관세협상 타결의 최대 장애물인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관련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양국은 지난 7월31일 미국이 한국의 상품 전반에 적용키로 한 상호관세율 25%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도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5%로 하향하기로 했다.
문제는 관세협상의 주요 조건인 대미투자펀드의 규모와 구성 등을 두고 양국간 입장차가 큰 탓에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관세 인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액 직접 투자, 즉 선불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 등을 섞어야 한다고 설득 중이다.
이처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자 외환시장이 흔들리기도 했다. 7월31일 당시 139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에만 2% 넘게 추락하면서 6개월 만에 1440원대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 중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불확실성 확대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치적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아시아 순방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 문답에서 협상에 관해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이 1년에 쓸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3500억달러 중 현금성 투자 규모와 납입 기간을 얼마나 길게 잡을지가 주요 쟁점이고 세부적으로는 수익 분배 구조와 투자처 선정 시 우리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미투자펀드 관련 협상에서 의견을 모으더라도 다른 세부 항목을 두고 다시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협상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한 ‘필요 조건’일 뿐 향후 미국이 반도체 등 다른 핵심 산업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경우 더 큰 고비가 닥칠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럼에도 미국보다 우리가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시동 경제평론가는 최근 방송된 CPBC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미국이 중국∙인도∙브라질 대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한국과 타결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국익상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까지 포기하면서 사인하지 않겠다라는 게 또 대통령의 의지다. 시간은 어쩌면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들고 우리가 버티는 게 더 유리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