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웃사촌 아세안 협력 강화…초국가 범죄 대응 공조”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 발언
‘CSP 비전’ 다시 한번 천명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 회담
‘스캠 범죄’ 대응책 등 모색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및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등 숨가쁜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이웃사촌에 비유하며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납치 및 구금 사태와 관련해선 온라인 스캠범죄 대응 공조 등의 현안을 놓고 양국 정상 간 협의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에서의 ‘이웃사촌’은 피를 나눈 친척과도 같다는 뜻”이라며 “한국과 아세안은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온 이웃이자, 미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0여년 간 한국과 아세안의 인적 교류는 급속히 확대돼 매년 1000만명의 한국인이 아세안 지역을 방문했다. 아세안은 한국의 3대 교역 대상이며,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철강·전자 등의 분야에서 아세안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 누적 85억달러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아세안의 미래에 투자해왔다. 이같은 협력을 바탕으로 양측은 지난해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대 아세안 협력 확대 비전인 ‘CSP 구상’을 다시금 소개하며, 한국이 아세안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이자, 아세안의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세 가지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초국가 범죄, 해양안보, 재난·재해 등 역내 평화와 안정 수요에 더 적극적으로 부응함으로써 회복력 있는 공동체 형성의 협력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법 집행 사각지대인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스캠센터 등 조직적 범죄단지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많은 청년이 초국가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아세안과의 긴밀한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찰청은 아세아나폴(아세안 지역 경찰협력체)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조직적 범죄단지를 근절할 계획이다. 초국가범죄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이 대통령은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 호텔에서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구금 사태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 높아지면서 이번 정상 간 논의 내용에 더욱 이목이 쏠렸다.

 

 마네트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인 대학생 사망하는 사건을 언급하며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어 “캄보디아는 초국경범죄 퇴치에 매우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한국인들을 포함해 캄보디아 내 주재원들과 접촉하며 그들의 우려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스캠범죄 때문에 한국 국민 전체가 매우 예민한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며 범죄 대응에 있어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국민을 각별히 배려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와 관련 양국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캠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코리아 전담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과 캄보디아의 교류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지금과 다른 새로운 단계의 협력관계를 맺기를 기대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마네트 총리는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는 점에 감사를 표하며 국방·안보 분야에서 교류도 늘려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