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총리)와 단독으로 만나 현지 생산기반 구축과 차세대 에너지, 스마트시티 연계 모빌리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가 ‘비전 2030’에 따라 산업 구조를 에너지 중심에서 제조·수소 등으로 다변화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중동 거점 공장과 수소 모빌리티 실증을 축으로 협업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28일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사우디 산업 수요와 고객 니즈에 맞춘 현지 맞춤형 공장을 건설 중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재생에너지·수소·SMR·원전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다각적인 사업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2022년 방한 당시 면담을 포함해 세 번째지만 단독 면담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리야드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내 ‘HMMME(현대차 중동 생산법인)’를 올해 5월 착공,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분은 현대차 30%, 사우디 국부펀드(PIF) 70%이며, 연 5만대 규모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한다. 고온·사막 환경을 고려한 냉방·방진 설비, 유지보수 용이한 단순·견고 설계, 다차종 대응 설비 등을 적용해 품질·공급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HMMME는 중동 최대 시장에서 현대차의 장기 전략을 구현하고 비전 2030에 기여할 핵심 거점”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시티 연계 모빌리티 협력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NEOM과 친환경 모빌리티 MOU를 맺고 수소전기버스(FCEV) 고지대 실증 주행을 완료했으며, 도입 확대를 협의 중이다. 기아는 RSG(Red Sea Global)와 PV5 실증사업을 개시해 관광지 내 친환경·목적기반모빌리티(PBV) 운용 모델을 검증한다. 그룹은 Misk 재단과의 협력으로 현지 청년 인재 양성, 스마트시티 분야 협업 기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사우디 시장 실적은 성장세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9월 14만9,60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으며, 연말까지 약 21만대(+5.9%) 판매를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거점을 바탕으로 SUV 라인업 확대, 사우디 전용 스페셜 에디션, EV·EREV·HEV 등 친환경차 투입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사우디를 중동 모빌리티 허브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사우디는 ‘비전 2030’ 아래 제조·수소·스마트시티 등 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완성차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제조)–친환경전환(에너지)–서비스형 모빌리티(스마트시티)를 아우르는 실행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경우, 부품 현지화·고용 창출·운영 데이터 축적을 통해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