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유리창을 방탄유리로 바꿔 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하루 앞둔 28일 밤이 깊어질수록 그가 묵을 경주 숙소 힐튼호텔의 주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호텔 내부에서는 경호 인력들이 보안 시설을 설치하는 듯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호텔 밖에 있던 작업자들은 호텔 유리창을 방탄유리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29일과 30일 1박2일 일정으로 경주를 방문한다. 현재 힐튼호텔에는 미국 대표단이 머물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인들만 숙박하고 있다”며 “오늘 오후부터는 경호·경비가 더 삼엄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귀띔했다.
이날 저녁, 로비 앞 대형 출입문을 제외한 다른 출입문들 앞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흰색 천막이 여럿 설치된 상태였다. 미국 대표단을 태운 검은색 차들도 호텔 진입로에 설치된 검문·검색대를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야외 주차장에는 미국 번호판이 붙여진 차들도 오전보다 많이 늘어난 상태였다. 한국 경찰 특공대 차량도 배치돼 있었다. 경찰 등 경호 인력은 해가 지고도 호텔 내외부를 수시로 순찰하며 삼엄한 분위기가 계속 됐다.
전날 보문단지 일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 ‘더 비스트’로 보이는 차량이 경호 동선을 확인하며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의장까지 이동하는 동선 주변도 경계가 삼엄하긴 마찬가지다. 해당 호텔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는 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수십미터 거리에 불과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0일 방한해 머무를 것으로 알려진 경주 코오롱호텔도 경호·경비 요원들로 분주했다. 경찰 특공대원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호텔 주요 출입 도로 양옆으로는 높이 1m가 넘는 가림막이 설치됐다. 로비로 들어가는 주 출입문 앞에는 힐튼호텔과 마찬가지로 대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여기저기서 중국인들이 대화하는 소리도 들렸다.
경주 APEC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과 관련한 숙소 경호·경비 계획 등 자세한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며 “호텔 내부로는 APEC 관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