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총 3500억달러(약 498조원)의 대미 투자와 관련한 합의를 이루면서 한국 경제는 일단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우리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연간 200억 달러’(약 28조5000억원) 한도를 지켜내면서 외환시장 충격파 우려도 덜었다.
한국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율을 일본과 같은 15%로 낮추고, 반도체 역시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협상한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관련 브리핑에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한 이재명·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세부 결과를 발표했다.
타결안의 큰 골자는 현금 투자 2000억달러(약 284조6000억원)와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약 213조4500억원) 두 갈래로 나뉜다.
현금투자액은 총액 2000억 달러로 설정하면서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합의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측이 제시한 최대치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별도 근거도 마련했다”며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이지만 실제 조달은 장기간 이뤄지고, 시장 매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원리금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담았다는 점도 불안감을 줄이는 대목이다.
양국은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금을 넣기로 업무협약(MOU)에 명시하고, 원리금 상환 전까지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기로 했다.
미국이 수익성이 미미한 분야에 한국 투자를 강제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에 관해서도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품목별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이는 일본과 같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점이나 현금 투자액이 우리가 제시한 수준에서 정해졌다는 점 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오후 7시 무렵부터 급락해 7시 30분쯤 1419.6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후 1시쯤 정규장 최고점인 1435.7원보다 16.1원 내렸다.
일각에선 한국에서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간다는 측면에서 국내 외환시장과 산업에 충격이 없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타결안에는 그동안 언급되던 통화스와프는 빠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치 상황에 따라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따라다닐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