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모닝] 이번 APEC의 주인공은 이재용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이 종료된 가운데 3일 재계에서는 이번 행사의 최고의 수혜자를 삼성 이재용 회장으로 꼽았다. 이 회장의 이름은 행사 기간 내내 국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공식 발언보다 더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인간적인 제스처와 재치 있는 위트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가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치맥' 회동 중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공동취재)

 

◆‘깐부회동’으로 따뜻한 서막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 치킨집을 찾아 일반인들 사이에서 치킨과 맥주를 나누며 담소를 나눴다. 외신은 이를 두고 “세 명의 억만장자가 치킨집에 들어와 손님들에게 맥주와 치킨을 사줬다”며 ‘깐부회동’이라 명명했다. 이는 공식 회담장에서 보기 어려운 격의 없는 만남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경쟁자보다 협력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시내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아이폰이 많네요” 무대 위의 위트

 

엔비디아 행사장으로 이동한 이 회장은 정의선 회장, 젠슨 황 CEO와 나란히 서 행사장 전체를 밝히는 유머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관중석을 바라보던 그는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냐”고 웃으며 말했고,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한마디의 농담이었지만, 세계 각국의 기술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삼성의 수장이 보여준 여유와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 외신은 “이재용 회장이 공식 발언보다 짧은 농담 한마디로 더 큰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카페에서의 5만원, 작은 행동이 만든 미담

 

APEC이 열렸던 지난 1일 경주 시내의 한 카페에서도 이 회장의 소탈한 면모가 포착됐다. 이 회장은 커피를 건네준 직원에게 “오늘도 고생 많아요”라며 5만원을 용돈처럼 건넸다. 커피를 받자 감사의 표시로 내민 돈이었다. 목격자들은 “그의 표정이 자연스러웠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미소를 지었다”고 전했다. 이 일화는 SNS를 통해 확산되며 “위에서 내려보는 리더가 아니라 옆에서 인사하는 리더”라는 평을 얻었다.

 

◆기술 외교의 중심에 선 리더

 

이번 APEC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었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공급망 안정화 등 산업 의제가 중심에 섰다. 이 회장은 공식 세션과 비공식 회동을 오가며 한국 기업이 맡아야 할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기술을 넘어 삶의 질을 바꾸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언급하며, ‘기술로 연결되는 외교’의 비전을 제시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사실상 한국의 민간 외교 사절로서 기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지 넘어 메시지로

 

이번 APEC에서의 이재용 회장은 과거와 달랐다. 조용하고 신중한 총수의 이미지를 넘어, 현장에서 웃고 대화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의 면모를 보였다. 치킨집의 유머, 무대 위의 위트, 카페의 배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는 공식 담화문 없이도 한국 기술의 자신감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한 재계 인사는 “그의 여유는 계산된 전략이 아니라 진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며 “이제 삼성의 리더십은 인간미와 글로벌 감각을 함께 품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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