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尹 계엄 못막은 한덕수에 강하게 항의”… 전 외교부 장관 증언

-조태열, 한 전 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공판 증인 출석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월30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최상목 전 장관이 한덕수 전 총리에게 ‘왜 계엄에 반대 안하셨습니까’라고 강하게 따졌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마친 뒤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엄을 막지 못한 한덕수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려 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7시55분쯤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부인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오라’는 전화를 받고 약 한 시간 뒤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했다. 당시 집무실에는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먼저 와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재외공관 안정화’ 등의 지시가 담긴 A4용지를 건네주며 계엄 선포 계획을 말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가 조 전 장관의 생각을 물었고, 조 전 장관이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이 “개인을 위해 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진술했다. 이후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집무실을 나온 뒤 한 전 총리가 ‘도착 전에 대통령께 비상계엄에 대해 여러 상황을 들어 반대했다, 문제가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듣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아울러 최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도 “원래 예스맨이니 노(No)라고 못했겠지”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했다.

 

이튿날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가 끝난 뒤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정리하자는 취지로 국무위원들은 남으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가) 회의란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자 이 전 장관이 “어폐가 있다”고 따져서 서로 언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에는 지난 기일에 이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오후 8시쯤 강 전 실장에게 ‘텔레그램 좀 봐주시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당시 한 전 총리가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는 삭제됐다. 강 전 실장은 “당시 한 전 총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던 것 같다”며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고, 한 전 총리는 “지금은 갖고 있지 않고, 제 기억에 당시 대통령에게 대통령실로 오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을 물어본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5일 이 전 장관과 최 전 장관, 박상우 전 국토교토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오는 10일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부른다. 이어 12일 오전에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일 오후에는 윤 전 대통령의 증인 신문을 각각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