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3일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 최소 20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발흐주 주도 마자르-이 샤리프로부터 남동쪽으로 37㎞ 떨어진 사망간주 지역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이날 밝혔다. 진앙은 북위 36.58도, 동경 67.48도이며 지진 발생 깊이는 28㎞다.
이 지진으로 사망간주와 발흐주에서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아프간 보건부가 발표했다. 다만 보건부는 이 같은 수치가 초기 조사 결과라고 언급했다.
아프간 국방부는 긴급 구조·구호팀이 사망간주·발흐주에 도착해 구조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구조대가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 지역의 외딴 마을에 도착함에 따라 실제 피해 규모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인구 50만여명으로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인 마자르-이 샤리프에서는 한밤중에 지진이 닥치자 많은 주민이 집이 무너질까 봐 무서워하면서 길거리로 뛰쳐나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 등 건물 잔해의 모습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려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졌다.
진앙 인근 사망간주 타슈쿠르간 지역의 생존자인 모하마드 라힘은 로이터 통신에 지진으로 땅이 약 15초 동안 격렬하게 흔들렸다면서 “우리가 마침내 밖으로 나왔을 때 공기 중에 먼지가 너무 많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어머니와 형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혔다가 구조대원들과 주민들에 의해 구조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에 파란색 타일로 유명한 15세기 건축물로서 이슬람 성지이자 아프간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마자르-이 샤리프의 ‘블루 모스크’가 일부 부서졌다. AFP 통신은 블루 모스크의 한 첨탑 일부가 부서져서 파편이 모스크 곳곳에 흩어진 모습을 자사 기자가 목격했다고 전했다. 다만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블루 모스크 벽의 벽돌·타일이 일부 깨졌지만, 주요 구조물은 온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진으로 수도 카불을 포함한 전국 곳곳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아프간 국영 전력회사가 밝혔다. 지진 발생 지역을 포함한 아프간 산악 지대는 통신망과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열악, 과거 당국이 재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몇 시간에서 심지어 며칠이 걸렸다고 AP 통신은 설명했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재난이 잠재적으로 광범위할 수 있다”면서 4단계 경보 중 2번째로 높은 주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또 과거 주황색 경보 수준의 지진들은 지역 또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파키스탄, 인도로 이어지는 지대는 인도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이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아프간에는 진흙 벽돌로 부실하게 지은 주택이 많은 데다 지형도 좋지 않아 강진이 오면 큰 인명피해를 초래하곤 한다.
지난 8월말∼9월초에도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두 차례 발생한 지진으로 2200명 이상이 숨진 바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