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예산안은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예산이 될 것”이라며 내년도 728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설명하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예산은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편성된 것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닦았다면,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며 AI 투자를 예산의 핵심으로 꼽았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총 10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2조6000억원,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제조·조선·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피지컬 AI’ 전환을 위해 5년간 6조원을 투자하고, 지역별 AI 혁신 거점을 조성한다.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추가 확보해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 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 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고, 모든 세대가 AI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K-컬처, K-푸드, K-뷰티 산업에도 AI를 접목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AI, 반도체, 방산 등 첨단 전략산업 R&D 예산을 35조3000억원으로 19.3% 늘리고,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늘어난 66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전환해 자주국방을 실현하겠다”며 “AI 시대에 맞는 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민생과 복지 투자도 이어간다.
이 대통령은 “AI 전환 속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충격을 받는 이들을 지키겠다”며 사회적 약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준중위소득을 6.51% 인상해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월 200만 원 이상으로 지원하고, 발달장애인 활동 지원과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한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근로감독관 2000명을 증원하고, 재해 대응 예산도 1조8000억원 늘려 5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또 고령층 돌봄과 노인 일자리를 115만 개로 늘리고, 청년에게는 정부가 최대 12%를 매칭해 적립하는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한다. 출산율 반등을 위해 아동수당 지급 연령도 현재 만 7세에서 2026년 만 8세로, 임기 내 만 12세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돼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도입했다.
비수도권에 아동수당과 노인 일자리 등 7개 복지사업을 우선 지원하고, 인구감소 지역 주민에게는 월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또 거점국립대를 산업·연구·지자체가 협력하는 ‘지역 혁신 허브’로 키우고, 지방정부 자율사업을 위한 포괄보조 규모를 10조6000억원으로 3배 확대했다.
이 대통령은 “불법 계엄의 여파로 심화된 민생경제 한파 극복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비상한 각오로 임했고,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며 “이제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AI 혁신을 이뤄낼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반 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며 “여야 간 입장 차이는 있어도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백년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며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