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규정·절차 제대로 지켰나… 울산화력 붕괴 수사 방향은?

-높이 63m 중 25m서 절단 작업 문제 없었는지 규명 필요
-검·경·노동부 모두 수사전담팀 구성, 수색·구조 후 본격화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대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 발생 나흘째인 9일 오전 소방대원과 관계자들이 매몰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와 관련한 수사전담팀이 차례로 꾸려지면서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 나흘째인 9일 울산경찰청은 형사기동대, 과학수사계, 디지털포렌식계 경찰관 7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편성한 상태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울산지검도 사고 직후 전담팀을 꾸렸고, 부산고용노동청 역시 감독관 약 20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다만 이들 수사팀은 이날까지 매몰자 구조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서 아직은 본격적인 수사에는 착수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수사에 단초가 될 서류를 확보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이번 사고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됐다. 이들은 모두 코리아카코 소속이다. 이날 오전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사망자 시신 1구를 추가로 수습했지만 여전히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이 아직 매몰돼 있다. 앞서 소방당국은 매몰자 총 7명 가운데 시신 2구를 수습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지금은 구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구조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은 수준에서 수사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보일러 타워 붕괴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는 것을 기본으로, 원·하청 간 작업 지시 체계, 작업 공법, 안전 관리 체계 등을 들여다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는 준공 후 40년가량 사용되는 동안 정비공사나 긴급공사 등이 반복되면서 최초 준공 도면과 현장 상황이 다를 수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해체공사 업체 측이 작업 전 현장 조사를 철저히 했는지 등이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대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 발생 나흘째인 9일 오전 소방대원과 관계자들이 매몰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폭파·해체 공사에선 검정받은 장비와 우수한 기능공 등을 동원해 안전하게 작업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장비와 인력 채용 현황 등도 들여다보게 된다.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됐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이번 사고는 전체 63m 높이 보일러 타워 중 25m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 작업 즉, 대형 보일러 철거 시 한 번에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일을 하던 중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사전 취약화 작업은 최상층부터 하고, 상층 부재의 내장재 철거나 취약화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는 아래층 주요 지지부재를 절단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해당 지점에서 작업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또 사전 취약화 설계 시 사전 파쇄 범위와 철근 절단 방법 등 자세한 사항을 명시하게 돼 있는데, 이를 준수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붕괴한 보일러 타워가 ‘건축물’이 아니라 ‘구조물’로 분류돼 지자체의 사전 심의 등을 받을 필요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업체 측이 자체적으로 해체 계획을 정밀하게 세우고 제대로 감리를 받았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 된다.

 

과실 여부와 책임 범위에 대한 판단도 수사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즉, 사고 발생 위험 징후나 안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무시하고 작업을 지시했다가 사고가 난 것인지, 작업 지시 오류나 오판단 등으로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등을 들여다보게 된다. 발주처와 공사 원·하청 등 사이에 체결된 공사 계약 내용 등에 따라 수사가 어느 선까지 미칠지 결정될 전망이다.

 

수사는 사고가 난 5호기 양 옆에는 나란히 서 있는 4호기와 6호기를 해체하고 난 이후에 본격화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현장 안전과 실종자 수색·구조 효율화 등을 위해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4, 6호기를 조만간 해체할 계획이다. 경찰은 4, 6호기가 5호기가 똑같은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해체 전 사진·영상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공사·계약 관련 서류를 분석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기초적인 사고 상황 등을 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감식은 다음주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선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울산화력발전소 해체공사 기술시방서에는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의 계약 상대 업체가 안전·환경·공정·화재 예방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이 해체공사를 발주했으며, HJ중공업은 이를 발파업체인 코리아카코에 하청을 줬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