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 신용등급 하락 속 현대차 ‘선방’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중 거의 유일하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과 전망 모두에서 현재 지위를 유지했다. 현대차 양재 사옥 전경. 현대차 제공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신용등급과 전망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주요 완성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안정적 등급을 유지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 신용도를 하향 조정했지만 현대차에 대해서 만큼은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현대차의 장기 신용등급을 A-,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 같은 평가에서 도요타는 A+를 유지했으며 두 기업만이 신용등급과 전망 모두를 방어했다. 피치의 신용등급 체계상 A-는 전체 20개 등급 중 상위 7번째 수준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우량 기업으로 분류된다. 피치는 현대차가 미국 관세 등 단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제품·브랜드 경쟁력, 판매 지역 다변화, 견조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닛산은 투자부적격 등급인 BB로 강등됐고 혼다와 폭스바겐은 등급을 유지했지만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이는 2년 내 신용등급이 실제로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피치는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와 함께 현금흐름이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혼다는 오토바이 부문은 건재하나 자동차는 수익성이 낮아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이로써 A 이상 등급을 유지하며 전망이 하향 조정되지 않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차와 도요타뿐이다. 특히 피치뿐 아니라 무디스(A3), 스탠더드앤푸어스(A-)에서도 현대차는 동일하게 안정적 평가를 유지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신용평가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친환경차 포트폴리오의 다양성과 기술력을 꼽는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시대 변화에 기민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대부분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받았다. 무디스는 폭스바겐을 A3에서 Baa1으로 낮추고 도요타와 스텔란티스의 전망을 각각 ‘긍정적’에서 ‘안정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각기 조정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 역시 혼다(A-), 스텔란티스(BBB), 포드(BBB-)의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와 그룹사 간 시너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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