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들이 예년보다 빠른 시점에 연말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이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최근 조직 개편을 발표하며 인사 시즌이 본격화됐다. LG그룹 역시 이르면 이달 중순쯤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 안정과 내년도 사업 계획 조기 확정을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지난 7일 기존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정현호 부회장이 용퇴하며 박학규 사장을 신임 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번 개편은 향후 인사 일정에 속도를 붙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인사를 실시했으나 최근 2년 연속 11월로 앞당겼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처음 주도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MX사업부장에는 최원준 사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도체 부문의 큰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콘트롤타워 복원 움직임을 해석하지만 삼성전자는 “조직 안정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마친 뒤 이달 셋째 주 전후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조기 인사 이후 다른 계열사들도 이사회 일정을 앞당기는 분위기다.
이번 인사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권봉석 ㈜LG 부회장이 이끄는 2인 체제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또 LG이노텍 문혁수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LG 내부에서는 일부 실적 부진 계열사에 대한 조직 개편과 보강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광모 회장이 강조해 온 ‘성과 중심의 인사 원칙’이 올해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말 사장단 인사에서 정재헌 SK텔레콤 사장, 강동수 SK㈜ 사장 등이 새로 선임됐다.
SK는 최근 몇 년간 이어온 조직 슬림화 기조를 유지하며 올해도 임원 감축을 지속할 방침이다. 조기 인사는 지난 6~8일 열린 CEO 세미나에 신임 CEO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리밸런싱(사업 재조정)과 AI 전환 전략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SK가 내년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어가며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는 올해 주요 그룹들이 인사를 앞당긴 배경에 대해 ‘대외 불확실성 해소와 경영 효율 제고’라고 분석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은 인사보다는 조직 개편과 콘트롤타워 재정비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내년 경영 전략을 신속히 확정해 안정적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