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주와 지역술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앞으로 꾸준히 이어져 소비자를 위한 기준이 되길 바란다.”
국내 술 산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2025 K-술 트렌드 어워즈’ 심사가 10일 서울 용산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본사 사옥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전통주와 로컬 주류를 대상으로 단순한 품평회를 넘어 브랜딩·디자인·시장성 등 상품성 중심의 종합 평가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5인 전문가가 모인 가운데 리드테이스터(Lead Taster)로 심사단을 이끈 최정욱 소믈리에(최정욱와인연구소장)는 “이전에는 국내에 없던, 최초의 심사였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29개 양조업체의 66종 술이 참가한 이번 심사는 출품작을 5개 기준(주류품질, 상품성, 음식페어링, 디자인, 가격)에서 평가했다. ‘26년 와인 전문가’이자 국내 로컬 주류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최 소믈리에 외에도 스타셰프로 유명한 박준우 카페 오쁘띠베르 오너 셰프,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김준구 블랙키브랜딩 실장, 남윤주 에딧시티프로젝트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심사를 위해 수일 전부터 금주를 했다는 최 소믈리에는 “몸에 취기가 남아있으면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며 “소믈리에로서 책임감이자 출품 업체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이날 약 3시간 동안 66종의 술을 심사해야 하는 만큼 심사인들은 술을 마시지는 않고 입에 머금었다 뱉으면서 평가를 진행했다.
최 소믈리에는 “후각으로 향, 시각으로 색깔을 판단하고 입안에 머금어 질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며 “굳이 삼키지 않아도 피니시도 느낄 수 있다. 다만 목넘김을 판단하기는 어려운데 술에 취하면 평가가 어려운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사단은 각자 분야에서 냉철하게 점수를 매기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자리를 빛냈다. 최 소믈리에는 “기존 품평회를 주류 품질만을 얘기하는데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나눴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다”며 “또한 그동안 품평회는 블라인드 테스트 위주에 점수도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품성에 대한 공개평가라는 새로운 시도의 장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사결과는 향후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될 ‘K-술 트렌드 마켓’ 현장에서 발표된다. 관련 제품은 현장에서 직접 시음과 구매가 가능하다.
최 소믈리에는 “오늘날 국내 술 트렌드는 소비자, 주로 20~30대 여성 소비자들이 주도하는데 기존 품평회는 전문가들이 오히려 단지를 거는 형태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았다”며 “이번 새로운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 전통주 및 지역술 업계의 발전을 이끄는 메시지이자 소비자를 위한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이번 어워즈를 단순한 시상식이 아닌 한국 술 산업의 발전 플랫폼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시장성·소비자 반응 중심의 평가 체계를 도입해 K-푸드, K-컬처에 이어 K-술의 산업화를 촉진하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알쓰’였던 내가 알고보니 ‘술고래?’
최 소믈리에는 국내에 와인이 수입된 1990년대 중반부터 와인을 공부하면서 소믈리에 자격과 와인 강사 자격을 취득한 1세대 전문가다. 2015~2020년 경기 광명시에서 광명동굴 주무관 겸 와인연구소장을 지내며 한국 와인을 알렸고, 한국와인생산협회 총무이사로 활동하며 업계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는 와인을 알기 전까지는 술을 한 잔도 못하는 ‘알쓰(알코올 쓰레기의 준말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였다고. 그는 “원래는 술을 전혀 못했는데 소믈리에로 일하면서 술이 늘었다”며 “현재 주량은 소주 기준 7병인데 여전히 술이 들어가면 금방 얼굴이 붉어진다”며 웃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