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매일 수백 개의 신제품과 트렌드가 쏟아져 사라지는 시장에서 20년을 버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같은 해 태어난 대표 브랜드들이 여전히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정체성은 지키되 변화에는 유연했던 전략이 장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2005년은 식품·음료, 패션, 모빌리티, 항공 및 렌털 서비스 등 다수의 브랜드가 첫선을 보인 해다. 출시 이후 시장에서 빠르게 소멸되는 단기형 제품들과 달리 이들 브랜드는 20년간 정체성을 유지하며 주력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장 먼저 ‘제로 음료 열풍’의 중심에 있는 코카콜라 제로슈거가 2005년생, 올해로 스무살이 됐다. 단맛은 유지하고 칼로리는 낮춘 콘셉트로 탄산음료 시장 내 무설탕 트렌드를 주도했다. 초기 맛 개량과 브랜드 재정비를 반복하며 현재는 주요 편의점·외식 채널의 스테디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남양유업의 ‘17차(茶)’도 2005년 탄생했다. ‘몸에 부담 없는 가벼운 차’를 내세우며 물 대용 음용 시장의 장수 브랜드가 됐다. 카페인 프리 트렌드 확산, RTD 차(Ready to Drink Tea) 시장 성장과 맞물려 장기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17차는 국내 차음료 시장의 포문을 연 제품”이라며 “웰빙 콘셉트를 접목해 녹차·영지·우엉·마테 등 몸에 좋은 열일곱 가지 전통차 원료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당시 국내 차음료 시장의 주 소비 연령대였던 중장년뿐 아니라 20~30대 소비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맛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관계자는 “17차는 현재도 다이어트와 건강 증진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 역시 디저트 시장 고급화 흐름을 타고 꾸준한 수요를 유지 중이다. 최근에는 시즌 한정 메뉴, 카페·베이커리 협업, 젤라토 라인 강화 등을 통해 소비 접점을 넓혔다.
빙그레 관계자는 “끌레도르는 프랑스어로 ‘황금열쇠’를 뜻한다”며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언제 어디서든 쉽고 편하게 맛보도록 하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산 원유를 사용하여 우수한 맛과 품질을 구현했다. 최근에는 바, 파인트, 파르페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빙그레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카토닝바와 클린라벨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굽네치킨 역시 오븐 구이 치킨을 앞세워 기름에 튀긴 치킨 중심이던 시장에서 새로운 조리 방식을 제안했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은 30~50대 여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구매층을 확보하고 있다. 오프라인 백화점 중심에서 온라인 전개 비중을 높이며 유통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같은 해 본격 운항을 시작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최근 총 44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차세대 항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늘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KGM ‘액티언’과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2005년 데뷔했다. 이는 대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킨 차종으로 평가되며, 현재까지도 전동화·경량화 등 세대별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KGM 관계자는 “액티언은 2005년 세계 최초로 SUC(Sports Utility Coupe/쿠페형 SUV)라는 세그먼트를 만들어 글로벌 SUV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브랜드”라며 “2024년 헤리티지를 계승해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객의 니즈에 맞춰 가솔린 모델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선보여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KGM이 추구하는 실용적이며 창의적인 제품”이라며 “즐거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스무살 동갑내기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유지와 지속적 개편’ 전략에 있다”며 “유행 변화가 빠른 시장 환경에서도 생존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