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독보적 1위 업체인 쿠팡에서 3400만명에 가까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쿠팡과 거래하는 기업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식품·패션·뷰티·생활용품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이번 사고가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1일 식품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당장 납품 중단이나 지연 등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쿠팡이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하는 만큼 납품 이후의 상황에 대해선 업체 입장에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태가 장기화 되거나 고객들의 ‘탈 쿠팡’ 러시가 이뤄질 경우 쿠팡 채널 의존도가 높은 업체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 A씨는 이날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하는 구조여서 납품 이후의 책임은 쿠팡에 있다. 현재로서는 납품업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으로 판단한다”면서도 “그래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불안이 매출 감소·구매 회피로 이어질 경우를 걱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사태 발생 직후 이미 쿠팡을 통한 매출 감소가 감지된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도는 가운데 식품업계 관계자 B씨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초기 매출이 특히 타격을 받는다”고 알렸다. 쿠팡을 향한 소비자 공분이 확산해 불매운동 등으로 거래 업체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단 의미다.
고객들의 불매운동 및 쿠팡 탈퇴 현상이 이어질 경우 납품 기업의 매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 C씨는 “쿠팡의 매출이 줄면 우리가 납품하는 물량도 축소될 수 있다.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업체 관계자 D씨는 “쿠팡이 우리 물건을 직접 사가서 판매하는 방식이라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이미 직매입이 이뤄진 물량이다.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당장 쿠팡과 제휴를 끊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대부분 화장품 회사가 쿠팡을 거래처로 두고 있어 (쿠팡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적지 않다. 물량을 어떻게 조절할 건지는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사태로 쿠팡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이 줄면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앱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공교롭게도 이번에 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와 비슷한 3400만명대로 나타났다. MAU는 한 달 동안 특정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뜻한다. 앱·결제 데이터 기반 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의 표본 조사에 따르면 쿠팡 앱의 지난달 MAU는 3439만8407명으로, 10월(3416만7489명)보다 0.68%(23만918명) 늘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