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나홀로 성장을 이어오던 편의점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경쟁 심화가 더해져 이제는 내실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CU와 GS25는 일찌감치 특화 편의점을 운영해왔으며, 이 뒤를 추격하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최근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소비자 트렌드 열공에 나섰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집약한 플래그십스토어 ‘트렌드랩 성수점’을 오픈했다. 이마트24 리브랜딩 이후 선보이는 첫 플래그십스토어로, 색다른 시도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1호점을 시작으로 내년에 4곳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은 10~20대 젠지 세대와 트렌드에 민감한 30대를 핵심 타깃으로 삼아 다양한 즐길 거리와 편의점의 핵심인 먹거리를 강화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젠지 여성들이 선호하는 뷰티 브랜드 어뮤즈와 패션 플랫폼 W컨셉 제품으로 구성된 ‘브랜드 팝업존’이 자리한다. 이 공간은 3개월에 한번씩 새로운 브랜드로 교체해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1020세대가 좋아하는 캐릭터 굿즈와 외식 브랜드 협업 간편식도 실험적으로 선보인다. 이마트24가 최근 선보인 ‘서울대빵’ 시리즈와 손종원 등 스타셰프 간편식도 한데 모았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론칭한 차세대 콘셉트 가맹모델 ‘뉴웨이브’를 확대하고 있다. 뉴웨이브 점포는 푸드, 신선식품, 패션&뷰티 등 핵심 카테고리 매출이 일반 점포 대비 2~15배 높고, 소비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시간을 창출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뉴웨이브의 특장점을 한층 더 강화한 ‘뉴웨이브플러스’ 모델을 K-컬처 중심지인 명동에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푸드스테이션, 패션&뷰티, 와인&리쿼존, K-라면존 등 콘텐츠 외에도 새로운 참여형 콘텐츠들이 추가됐다. K-팝 팬덤존 후즈팬 스토어, 너구리의 라면가게, 가챠존, K-기념품존, K-이벤트존 등 K-컬처를 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하이퍼 컬처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했다.
업계 양강으로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CU와 GS25도 특정 카테고리를 키운 특화 편의점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CU는 한국의 다양한 라면을 총망라한 ‘라면 라이브러리’를 외국인이 즐겨 찾는 핵심 상권에 다수 론칭했다.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한 ‘뮤직 라이브러리’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다이소발 소용량∙가성비 뷰티 열풍을 고려해 화장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화장품 구매 수요가 높은 상권을 중심으로 뷰티 특화 편의점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말 500여점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에는 1000점 이상으로 늘려 성장세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점포들은 뷰티 전용 매대를 갖추고 스킨∙로션부터 리들샷, 립틴트, 마스크팩, 트러블 패치에 이르기까지 최대 30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구색을 자랑한다.
GS25는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며 1~2인 가구를 위한 ‘근거리 장보기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슈퍼마켓 GS더프레시와 통합 구매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 구색을 갖추고,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해 신선도를 높인 점에서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선식품 확대 전략의 핵심 모델인 신선강화형매장(FCS)도 750호점을 돌파했다. FCS는 기존 편의점 대비 농축수산물, 조미료, 소스류, 두부, 간편식 등 장보기 상품을 300~500종 이상 확대해 운영하며, 점포 면적은 30~50평 수준이다. GS25는 신선식품 수요 증가와 가맹 경영주의 확대 요청에 따라 FCS 매장을 내년까지 1000호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근거리 플랫폼으로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상품 구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공격적인 출점보다는 내실 성장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