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와 ‘냥덕후’ 분들에게 더 풍성한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죠.”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고양이 전문 박람회 ‘궁디팡팡 캣페스타(이하 궁팡)’가 5~7일 서울 강남구의 세텍(SETEC)에서 열렸다. 개막일에 찾은 행사장은 궁팡 사무국 관계자의 설명처럼 여타 반려동물산업박람회(펫페어)에선 볼 수 없는 특이점이 많았다. 반려동물 동반 입장 금지의 아쉬움을 달래는 즐길거리와 볼거리로 전국의 고양이 집사와 애묘인을 맞이했다.
◆여권에 스탬프를 찍고 냥피또 긁어요
사무국은 이번 35회 행사를 앞두고 ‘궁팡 여권’을 출시했다. 고양이 나라로 입국하기 위한 준비물로, 속지는 반려묘의 냥적정보란, 스탬프란, 체크리스트란, 메모란으로 구성됐다. 궁팡 관계자는 “행사마다 다른 스탬프가 준비된 만큼 마치 입국 신고하듯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며 “체크리스트란은 행사에서 구매 물품, 업체 부스번호 같은 위시리스트를 미리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은 궁팡의 첫 굿즈이기도 하다. 관계자는 “궁팡 캐릭터의 브랜딩과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차원”이라며 “여권과 떡메모지로 첫 출시를 했는데 향후 전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굿즈를 더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포토존, 재밌고 센스 있는 방명록 모음도 눈길을 끌었다. 사전예매자를 위한 꽝 없는 복권 ‘냥피또’의 은박을 동전으로 긁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설렘이 전해졌다.
◆댕냥이 탄 개모차 없지만… 캐리어&쇼핑카트 행진
요즘 펫페어는 대부분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하지만 궁팡은 안전 등의 이유로 함께 들어올 수 없다. 그런 만큼 반려견, 희귀한 외출냥이가 탑승한 개모차는 볼 수 없다. 그 자리를 대신 하는 건 캐리어와 쇼핑카트다.
용인에서 왔다는 애옹이 집사는 “SNS에 꿀팁이라며 캐리어를 꼭 챙기라고 해서 가져왔는데 정말 유용하다. 간식, 장난감, 화장실 모래 등 용품을 다양하게 많이 구매했다”고 말했다.
바퀴 달린 쇼핑카트에 한 가득 용품을 실은 방문객은 “다묘가정 집사라 살 것이 많아서 항상 쇼핑카트를 챙긴다”며 “캐리어는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해서 조금 번거롭다. 11년째 고양이들을 모시는 베테랑 집사로서 쇼핑카트를 추천한다”며 엄지를 세웠다.
생후 6개월 반려묘 돌체를 위해 처음으로 고양이 박람회를 찾았다는 커플은 “쇼핑카트가 금세 가득 찼다. 고양이는 지갑으로 키우는 거라더니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겠다”며 웃었다.
청주에서 상경했다는 강민기 씨 부부는 대형 카트를 가득 채웠다. 강 씨는 “평소 대형마트에 방문할 때 쓰는 카트”라며 “반려묘가 셋이기도 하고 멀리서 오는 만큼 한 번에 많이 산다. 40만원 어치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냥굿즈… 1억원 돌파한 해피컷팅프로젝트
궁팡의 또 다른 특징은 고양이와 관련된 그림 등 예술작품과 팬시용품을 판매하는 부스가 많다는 점이다. 다른 펫페어는 반려동물의 의식주와 밀접한 실용적인 제품과 서비스 관련 업체 및 브랜드가 90% 이상이지만, 궁팡은 약 4분의 1 정도가 아트 브랜드로 채워진다.
고양이 크리스마스 카드와 고양이 달력을 구매한 김현지 씨는 “고양이를 키우진 않지만 너무 좋아해서 매년 궁팡을 방문해 냥굿즈를 산다”며 “특히 12월 궁팡은 크리스마스와 신년 콘셉트의 기념품이 다양해서 꼭 온다”고 말했다.
궁팡만의 따스한 역사 해피컷팅 프로젝트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길고양이를 위한 기부 캠페인으로, 관람객 입장 시 발급되는 고양이 얼굴 모양 티켓의 귀 부분을 잘라 기부함에 넣으면 티켓 1장당 200원이 기부된다. 이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로 전달돼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TNR) 및 보호 활동에 사용된다.
바로 직전 행사인 6월 궁팡을 통해 누적 기부금 1억원 돌파(1억109만8600원)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해피컷팅프로젝트 부스에서 기부에 동참한 박기욱 씨는 “반려묘가 길고양이 출신이라 더 뜻깊다”고 말했다.
◆셔틀버스·택배 세심한 배려… 내년부터 행사 더 늘어날까
지방 방문객과 차량 이용 방문객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수서역에서 세텍까지 무료셔틀 버스가 수시로 운영됐다. 궁팡 관계자는 “세텍이 주차공간이 부족한 편”이라며 “넓은 수서역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왕복 셔틀버스를 타면 편하게 전시장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래와 사료 등 무거운 상품을 전시장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많은 방문객이 이용했다.
궁팡은 매년 4회씩 열린다. 서울 세텍과 aT센터,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 부산 벡스코에서 각각 개최 중이다. 2014년 국내 최초 고양이 전문 박람회로 출범, 그동안 사랑을 받아온 궁팡은 내년 더 다양한 장소에서 더 자주 행사를 개최하려고 한다.
궁팡 관계자는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관련한 논의를 이달 중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방 분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