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강제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공식화했다. 이는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주를 주주 환원이 아닌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해 온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재계는 경영권 방어 수단 상실과 경영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반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찬반 논란이 뜨겁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자사주의 성격을 자산이 아닌 사실상 미발행 주식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며, 이를 어기거나 주주총회 승인 없이 보유할 경우 이사 개인에게 과태료(5000만원 이하)가 부과된다. 기업 분할 시 보유 중인 자사주에 신설 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것도 금지한다. 이는 대주주가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을 뻥튀기하는 자사주 마법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임직원 보상, 스톡옵션, 합병·분할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예외를 허용하도록 했다. 또한 법 시행 이전에 확보한 자사주는 법 시행 후 6개월의 추가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현재 상법 제369조에 따르면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을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특정 상황(제3자 매각, 인적분할)에서 의결권이 부활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는 대주주 개인이 자신의 자금으로 지분을 늘려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 방식은 회사 전체의 자산(자사주)을 대주주 개인의 ‘방패’로 활용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재벌 그룹의 경영 승계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돈 안 들고 지배력을 뻥튀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일반 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된다.
이번 상법 개정 논의는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자사주를 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쓰도록 강제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재계의 우려를 의식해 김남근 의원은 “경영권 방어 문제에 대해서는 재계가 요구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을 적극 수용해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3차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 전용 금고’로 쓰이던 자사주를 ‘주주 환원’이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입법의 최종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어 여당은 내년 상반기까지 배임죄 폐지 마무리에도 속도를 낸다. 앞서 논의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한 반대 급부이자 균형 맞추기 성격이 강하다. 즉 재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배임죄’라는 족쇄를 풀어줄 테니 대신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수용하라는 일종의 타협안인 셈이다. 배임죄도 폐지된다면 한국 기업 지배구조는 ‘형사 처벌 중심’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중심’의 선진국형 모델로 전환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