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첫 대통령 업무보고…“첨단산업 지주사 규제특례 마련…금산분리 금융적 완화”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대규모 초기술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자원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특례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한해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적 완화를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기획재정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대한 첫 보고를 받았다.

 

구 부총리는 이날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방투자와 연계해 지주회사 규제 특례를 마련하고  기업 규모별 규제와 경제 형벌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첨단산업 규제 혁신 관련, 금산분리 원칙은 그대로 지키는데 초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자원 확보를 위해 특례 규정을 만든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구 부총리는 “금산분리에는 손을 전혀 안 댄다”며 “대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금융적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정거래법에는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하지 않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과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 혹은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금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두고 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는 것으로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하고 편법승계 등에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반적으로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까지 3단계만 허용하고 4단계까지 지배력을 행사하려면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둔 것이다.

 

기재부는 이 규정이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50% 이상이면 허용하도록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시대 반도체산업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산분리 원칙으로 자금조달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독점 폐해를 막겠다는 것인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는 (독점의 문제가) 이미 지나가 버린 문제 같다”며 “투자자금(조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부총리는 이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금산분리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가 보고한 방안이 실행되면 SK하이닉스와 같은 손자회사가 신규 사업을 위해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직접 마련해야 하는 자본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첨단산업 분야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시설을 빌려 쓰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지방투자와 연계하도록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와 승인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기업의 경미한 의무 위반 행위는 과태료로 전환하고 위법행위는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금전적 책임을 강화하는 등 경제 형벌을 합리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형 국부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구 부총리는 “싱가포르의 테마섹이나 호주의 퓨처펀드(Future fund)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제는 개별 기업 단위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며 “준비를 잘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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