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코골이는 단순한 소음 문제가 아니다. 자신뿐 아니라 함께 잠자리에 드는 이들의 수면 질까지 떨어뜨리는 이 증상은, 사실 호흡기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코 막힘을 유발하는 비염이나 심각한 수면 장애인 수면무호흡증과 연결될 경우, 전반적인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 코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생활 습관 점검부터 적절한 치료까지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좁아진 기도를 통과하는 공기가 목 안의 연구개나 혀뿌리 등의 구조물을 진동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코골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해부학적 구조와 수면 중 신체 변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규백 중동 맑은성모이비인후과 원장은 “특히 코와 목으로 이어지는 상기도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 결정적인 원인인데, 이 공간이 좁아지면 공기가 지나가면서 압력이 낮아지고 주변 조직이 떨리게 된다. 만약 수면 중 이완된 근육 때문에 기도가 완전히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중동 코골이를 동반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저산소증을 유발하여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주간 졸림,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켜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구강과 기도의 구조는 코골이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선천적으로 혀가 크거나 턱이 작고 목이 짧은 경우, 또는 편도선이나 아데노이드가 비대해진 경우 기도가 좁아지기 쉽다. 나이가 들면서 구강과 인두를 지탱하는 근육의 탄력이 감소하는 것도 코골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이나 만성 비염과 같은 질환은 코골이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비염으로 인해 콧속의 점막이 부어 오르면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이로 인해 혀가 뒤로 밀리거나 목젖과 연구개가 떨리면서 코골이가 심해진다.
체중 변화 역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체중이 증가하면 목 주변에 지방 조직이 축적되어 기도를 압박하고 좁히게 된다. 비만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진다. 수면 자세도 확인해야 하는 요소다. 똑바로 누워 자는 자세는 중력의 영향으로 혀뿌리나 연구개가 뒤로 처져 기도를 좁히기 쉽다.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는 기도의 확보에 유리하여 코골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규백 원장은 “코골이 개선을 위해서는 수면 자세 교정과 같은 생활 습관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과도한 음주나 흡연을 피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며 침실의 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술은 기도를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잠자기 전에는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 방법은 그 원인과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편도 비대, 비중격 만곡증과 같은 해부학적 문제가 있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비수술적 치료로는 양압기(CPAP) 사용이 대표적이다.
양압기는 수면 중 마스크를 통해 일정 압력의 공기를 불어 넣어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구강 내 장치를 사용하거나 레이저, 고주파를 이용한 치료를 통해 연구개나 혀뿌리 주변 조직을 개선하는 방법도 적용될 수 있다.
김규백 원장은 “코막힘을 유발하는 비염과 같은 질환이 코골이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수면무호흡증으로 발전하여 전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는 동안 숨 막힘이나 잦은 호흡 멈춤, 심한 코골이, 이로 인한 잦은 각성과 같은 경고 신호가 확인된다면 이를 무시하지 말고 수면다원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