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미국에 ‘비철금속 제련소’ 짓는다… 미국 정부·기업도 투자

-테네시에 약 11조원 들여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생산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 사진은 지난 8월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의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부터).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 이를 위해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JV)에는 미국 정부·기업도 함께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국 제련소 투자안을 의결했다. 회사는 이사회 종료 후 공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확대와 미국 내 비철금속 및 전략광물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북미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을 선점해 안정적·지속적인 수익 창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생산 거점 마련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의 미국 내 종속회사인 ‘크루서블 메탈즈’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예상 투자액은 총 10조9500억원(약 74억3200만달러) 규모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및 미국 내 전략 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인 ‘크루서블 JV’를 통해 약 2조8600억원(약 19억4000만달러)를 조달하며, 고려아연은 약 8600억원(약 5억8500만달러)을 직접 투자한다. 나머지 소요 자금은 미국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및 보조금 프로그램, 재무 투자자 대출 등을 더해 충당한다.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메탈즈가 미국 제련소 설립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정책금융 지원 대출 및 재무 투자자 대출 규모가 최대 6조9210억원(약 46억98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칩스법’에 따라 미국 상무부도 최대 약 3000억원(약 2억1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칩스법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과학 산업에 투자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 등 우려 국가로의 확장을 제한하기 위한 법이다.

 

고려아연이 지을 복합 비철금속 제련소는 아연, 연,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금, 은 등 귀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 게르마늄, 갈륨 등 핵심광물 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제련소가 들어설 테네시주는 제련에 필요한 용수·전력 등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지역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내 60여곳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한 끝에 낙점한 곳”이라며 “테네시주에 있는 기존 니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를 인수한 뒤 이를 활용해 기반 시설을 재구축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설명했다.

 

새 제련소는 2027∼2029년 3년에 걸쳐 완공될 예정이며 단계적으로 상업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목표 생산량은 아연 30만톤, 연(납) 20만톤, 동 3500톤, 희소금속 5100톤 등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이날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약 2조851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당 129만133원에 신주 220만9716주(보통주)를 발행하는 내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크루서블 JV이다. 고려아연은 또 크루서블에 약 1323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출자 후 지분율은 10%가 된다.

 

고려아연과 손을 잡은 미국은 중국이 지난 10월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다 전략광물 현지 생산을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고려아연에 ‘가능한 한 빨리, 많은 물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에도 큰 변수가 생겼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로 참여하면서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경제 안보에 중요한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경영권 경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영풍·MBK보다 최 회장 쪽에 쏠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