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다. 고가 상품을 찾던 기존 방식에서 개인 취향을 반영한 ‘가성비’ 쇼핑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관광공사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관광 소비에서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51%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 1건당 평균 지출액은 2019년 15만원에서 올해 12만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1인당 총 소비 금액은 같은 기간 83% 급증했다. 단가가 낮아졌음에도 전체 지출이 늘어난 것은 구매 횟수가 124%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관광공사는 “고가 상품을 한두 개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저가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한국적 감성과 취향을 담은 K-라이프스타일 소품 소비 증가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1∼9월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를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가챠샵이 142.0% 늘었고 문구(48.7%), 서점(39.9%)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의 대표 문구 브랜드로 꼽히는 아트박스는 영종도(550.0%), 이수(325.0%), 부산 서면(85.4%) 등 공항과 교통 요충지, 지역 상권 전반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패션 소비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언더웨어(59.1%), 스포츠용품(33.4%), 액세서리(33.0%), 스포츠웨어(32.8%) 등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K-뷰티와 K-헬스도 외국인 관광객 소비에서 핵심 분야로 자리 잡았다. 뷰티·건강제품 소비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9.1% 성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40.4% 증가했다. 세부 분야별로 화장품(35%), 약국(67%), 건강식품(75%) 모두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올리브영이 명동·강남 등 기존 상권뿐 아니라 성수연방(381%), 경복궁역(425%), 송도 프리미엄아울렛(536%) 등 다양한 지점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약국 소비는 피부 관리와 영양 관리 등 일상형 웰니스 제품 중심으로 확대됐고 건강식품은 홍삼과 인삼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다.
이미숙 공사 관광데이터전략팀장은 “외국인 쇼핑 방식의 전환은 한국 라이프스타일과 K-콘텐츠의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