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하자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기반을 재건하며 외국 공급망 의존을 끝내는 변혁적인 핵심 광물 계약을 체결했다”며 반겼다.
전날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어 제련소 건설 투자안을 의결하면서 미 국방부(전쟁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에 65만㎡의 대규모 제련소 건설을 위한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알렸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SNS에 올린 성명을 통해 “고려아연과 함께 여기 미국에서 연간 54만톤의 필수 자재를 생산하는 최첨단 핵심광물 제련소 및 가공 시설을 테네시에 건설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며 그 의의를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지을 복합 비철금속 제련소는 아연, 연,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금, 은 등 귀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 게르마늄, 갈륨 등 핵심광물 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새 제련소는 2027∼2029년 3년에 걸쳐 완공될 예정이며 단계적으로 상업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목표 생산량은 아연 30만톤, 연(납) 20만톤, 동 3500톤, 희소금속 5100톤 등이다.
러트닉 장관은 “갈륨, 게르마늄, 인듐, 안티몬, 구리, 은, 금, 아연과 더 많은 것들이 모두 미국 땅에서 생산돼 전투기와 위성부터 반도체 제조공장과 전력망까지 모든 것을 지원한다”며 해당 광물이 방어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자동차,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등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술들을 작동시킨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전쟁부 인사도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미국의 국방 및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자산으로 보고 행정부 차원의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지시한 바 있다”며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로 투자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현지 아연 제련소와 핵심광물 가공 시설을 건설하는 이번 결정은 지난 50년간의 제련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테네시주를 지역구로 둔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 역시 SNS를 통해 “이 프로젝트는 첨단산업과 국방 역량을 뒷받침하는 미국의 광물 생산역량을 확대해 국가안보를 강화하고, 테네시주 수백가구에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이름 붙여진 이번 프로젝트의 예상 투자액은 총 10조9500억원(약 74억3200만 달러) 규모다. 칩스법에 따라 미 상무부도 최대 약 3000억원(약 2억1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