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첫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석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특검 사무실에 호송차를 타고 도착해 조사실로 이동했다. 특검팀이 지난 7월 2일 수사에 착수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 수사기간이 오는 28일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조사가 사실상 마지막 피의자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한 관여 여부를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정화 변호사는 현장 취재진과 만나 “김 여사의 귀금속 수수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김 여사와의 협의·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협의 자체가 없었고 청탁도 들은 바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총 여섯 가지 피의사실이 출석요구서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로부터 약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물을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약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지목됐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인 2021년 말 공개 토론회에서 김 여사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는다.
아울러 김 여사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로봇산업 사업가 서성빈 씨 등으로부터 고가 금품과 함께 인사·이권 청탁을 받는 과정에 윤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김 여사가 특검 조사에서 대부분 진술을 거부한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소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재판 및 내란특검·순직해병특검팀 조사에 불출석해 왔으나, 지난 10월 중순 이후에는 대부분 조사 일정에 출석하며 방어권을 행사해 왔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