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딴 신형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 한화와 협력해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 해군이 새로운 프리깃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함이 배수량 3만~4만t 규모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함이자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군함보다 100배는 더 강력한 함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해군은 우선 2척을 건조한 뒤, 장기적으로 20~25척 규모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급은 ‘황금 함대(Golden Fleet)’로 불리는 차세대 해군 전력 구상의 핵심 전력으로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함에 극초음속 미사일, 핵탄두 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SLCM),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등 첨단 무장을 탑재하고, 함정 운용 전반에 인공지능(AI) 기반 제어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해군이 함정 설계를 주도하겠지만 나 역시 디자인에 참여할 것”이라며 “미적 감각이 뛰어난 만큼 외형에도 관여하겠다”고 말해 직접적인 개입 의지도 드러냈다.
한국 한화와의 조선 협력도 이번 발표의 핵심 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해군이 완전히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을 발표했으며 이 함정은 한국의 한화와 함께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화를 “아주 훌륭한 회사”라고 소개하며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7조4000억)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재차 언급했다. 한화는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의 민간 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국 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한때 위대한 조선소였지만 오래전에 문을 닫았던 곳”이라고 설명하며 “해군과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재가동해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상이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실질적인 동력을 더해 한국의 선박 건조 역량을 활용해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급 전함과 황금 함대 구상이 중국 해군력 확대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과 함께 막대한 건조·운영 비용과 기존 전력과의 역할 중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차세대 전투기 F-47에 이어 트럼프급 전함, 신형 프리깃함까지 연달아 내세우면서, 미국 군사력 현대화와 자국 조선·방산 산업 재건을 동시에 노리는 ‘트럼프식 군사·산업 패키지’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