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부에 대한 인식 역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고액 자산가들이 갖는 부에 대한 생각과 삶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23일 금융투자 전문가들에게 부자들의 달라진 라이프 트렌드와 내년도 투자전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대현 하나증권 용산WM센터 센터장은 “과거에는 단순히 자산 규모의 확대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부를 통한 삶의 자유와 본인의 성장, 가족의 안정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즉, 부가 목적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자산가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미 하나은행 Club1 도곡 PB센터 PB부장은 부자 고객들의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 시간과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꼽았다. 관계를 맺는 방식도 변화가 있는데, 다양한 모임에 참석해 인맥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소수에 집중하는 경향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내 증시가 최근들어 유례없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내년도 자산관리 팁은 무엇일까.
김 센터장은 “(증시 상승) 주도 업종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거둔 반면, 중소형주나 소외 업종에 투자했던 이들은 상대적으로 강한 포모(기회 상실에 대한 두려움)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되는 부동산 규제와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 기조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차 내년도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와 환율,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단기 수익보다 자산 방어력과 구조적 성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 센터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실적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필요하다”며 “D램 수요 급증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황은 당분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제기된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해선 “현재의 AI 시장은 전면적 버블이라기 보다는 일부 구간의 과열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기 어렵고, AI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 PB부장은 “금리 하락 기조 속 개별적 이슈들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포트폴리오를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하게 분산해서 가져가는 것을 추전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 달러화 등 통화 분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니즈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