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 권고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수수료 면제와 현금 리워드 혜택을 중단했다. 반면 정부는 해외로 쏠린 자금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 파격적인 세제 지원을 담은 ‘국내 투자 유턴’ 카드를 본격 꺼내 들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당초 내년 말까지 예정했던 미국주식 수수료 무료 프로모션을 약 1년 앞당겨 연초에 중단할 예정이다. 이후 신규 가입 고객은 제로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기존 고객에 대해서도 향후 전면 중단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토스증권도 미국주식 거래 시 수수료를 환급해 주던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26일부터 출석체크 이벤트 리워드도 소수점 미국주식이 아닌 해당 금액만큼의 원화 적립금 전환으로 변경한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도 해외투자 이벤트를 일시 중단했고, 키움증권은 미국주식 관련 텔레그램 채널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증권가 전반에서 해외주식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감독원의 해외투자 실태점검과 고환율 상황에서의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광고 중단 등 투자자 보호 지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해외주식 거래 상위 12개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950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해외투자 중개 등과 연계된 환전수수료(개인 대상) 수익도 약 4526억 원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반면 올해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49.3%)은 손실계좌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앞서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 대표들을 불러 해외투자 신규 마케팅 중단과 과도한 영업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도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당근책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해외주식을 매각해 국내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는 개인투자자에게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투자할 경우 1인당 5000만원 한도 내에서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간 면제하는 방식이다.
복귀 시점에 따라 감면 폭은 차등 적용된다. 내년 1분기 내 복귀하면 양도세를 100% 면제하고,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를 감면한다. 해외 자금을 빨리 회수할수록 외환시장 안정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고 단계별 혜택 구조를 설계했다. 이와 함께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 도입,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부담 완화 등 추가적인 외환시장 안정 대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지원으로 올해 3분기 말 개인투자자 해외주식 보유잔액(국제투자대조표 기준) 1611억달러 중 상당 부분이 국내투자 등으로 전환되거나 환헤지가 이루어지면 외화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이번 세제 혜택이 단기적인 자금 유턴을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 활성화나 환율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