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앞두고 정부와 대립각… 쿠팡 사태 한달 ‘점입가경’

-셀프조사 독단 발표로 여론전… 미국 로비의혹 제기
-대통령실도 나서며 ‘범부처 TF 확대’ 압박 수위 높여

한 달 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인정한 쿠팡이 최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쿠팡 센터 주변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뉴시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지 29일로 딱 한 달째가 된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3370만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그동안 수습은커녕 일을 더 키우고 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기싸움 중인 쿠팡은 사상 초유의 국회 연석 청문회까지 앞뒀다.

 

 28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정무위·국토교통위·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기획재정위·외교통일위 등 6개 상임위는 오는 30~31일 이틀간 쿠팡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가진다. 다만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과 강한승 전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또 ‘맹탕 청문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이번 청문회를 향한 관심이 쏟아지는 것 최근 쿠팡의 ‘셀프조사 발표’ 때문이다. 그간 민관합동 조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돌연 지난 25일 단독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

 

 회사는 “유출자가 3300만명의 정보를 빼갔으나, 그중 3000명만 저장했고, 범행에 사용된 장비도 회수했다”며 개인정보유출의 피해가 확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각 “쿠팡이 주장하는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쿠팡은 이튿날인 26일 재반박에 나섰다.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정부와 공조 진행 과정을 조목조목 공개하며 이미 모든 조사는 정부와 조율됐고 보고까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쿠팡과 사전에 연락하거나 협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도 쿠팡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운영 중인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지난 25일 과기부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는 과기부 장관,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장관급 인사는 물론 경찰청 등 수사기관 관계자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장관과 국가정보원 간부들도 포함돼 사실상 전방위로 쿠팡 문제를 점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2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SNS를 통해 “쿠팡을 겨냥한 한국 국회의 공격은 공정위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정치평론가 스티브 코르테스도 SNS에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을 제재하고 있다”며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썼다.

 

 이처럼 미국 내 유력 인사들이 쿠팡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워싱턴 정가에 대한 쿠팡의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쿠팡을 향한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피해를 본 고객은 뒷전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SK텔레콤, KT 등 앞서 비슷한 사고를 낸 다른 대기업들의 모습과는 상반된 쿠팡의 적반하장격 대처를 지적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연이은 국회 청문회 불참도 비판거리가 되고 있다.

 

 쿠팡의 최근 행보가 이러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키는 동시에 향후 법적 다툼을 대비한 포석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고 현지에서 집단소송도 제기된 만큼 상대방의 주장에 곧바로 부인하지 않으면 사실로 간주할 수 있는 ‘미국 증거법’ 원칙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